쿠팡과의 전쟁 준비하는 출판사들…출협, 실태조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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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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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쿠팡을 통한 도서 판매가 늘자 출판사들이 쿠팡의 불합리한 거래 행위를 조사하고 나섰다.

출판계 최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 6일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쿠팡 도서판매 부문 거래 현황 실태조사 설문'을 온라인으로 시작했다. 출협은 "쿠팡과 거래하는 출판사들의 거래 현황을 파악해 향후 건전한 출판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에 반영하고자 시행하는 설문조사"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은 도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늘려가는 중이다. 2016년부터 예스24와 손잡고 도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최근 출판사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주문 다음날 배송되는 '로켓배송' 도서를 확대하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쿠팡이 출판사와의 직거래를 늘리면서 출협으로 부조리에 대한 제보가 쏟아져 전수조사에 나서게 됐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나 법적 대응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내용은 쿠팡의 '갑질'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쿠팡으로부터 성장장려금을 요구받은 적이 있나' '광고비 요구를 거절했을 때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쿠팡과의 거래에서 경험한 불합리한 거래 행위를 심각도 순으로 3개 선택해 주십시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설문이 언급한 성장장려금은 일종의 추가 판매 수수료다. 쿠팡은 거래 대금이 늘어난 업체에게 계약상 판매 수수료와 별개로 거래대금의 일정 비율을 요구한다.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과징금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지만 쿠팡이 불복소송을 제기해 2024년 승소했다.

출판계가 쿠팡을 정조준하는 건 온라인 도서 유통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책 매출이 교보·예스24·알라딘 등 대형 온라인 서점을 웃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아동·학습 도서의 경우 이제 쿠팡의 각종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쿠팡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영세한 출판사의 경우 협상력이 떨어져 거래 조건이 기존 서점보다 안 좋아도 소비자들이 쿠팡을 선호하는 이상 입점을 포기하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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