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변호사' 잘 나가던 이소은…20년 만에 전한 깜짝 근황 [본캐부캐]

7 hours ago 3

가수 이소은

가수 이소은

"자신을 스스로 잘 알아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경험이 저를 더 잘 알게끔 하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

무려 20년 만에 새 앨범을 내고 오랜만에 가수로 인사를 건넨 이소은은 이같이 말했다.

1998년 만 16세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서방님', '닮았잖아', '키친'을 비롯해 김동률과 함께 부른 '기적' 등 다수의 곡을 히트시켰던 그는 2005년 정규 4집을 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이소은이 향한 곳은 미국 시카고의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이었다.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국제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이후 뉴욕 소재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의 뉴욕지부 부의장으로 재직하는 등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뉴욕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한국에도 간혹 전해졌지만, 노래하는 이소은을 더는 접하기 어려웠다.

그런 그가 20년 만에 새 앨범 '이소은 시선 - 노트 온 어 포엠(Notes on a Poem)'을 발매했다. 동시집 '나의 작은 거인에게'에 수록된 12편의 시를 음악으로 풀어낸 앨범으로, 시 노래·동요 작곡가 레마(본명 김은선)와 협업했다. 타이틀곡 '컴퍼스', '씨앗',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를 비롯해 '등굣길', '롤빵', '예쁜 편지지를 봤어', '롤빵', '이름 쓰기', '비파나무의 집' 등 순수한 동심을 자극하는 동시가 유려한 멜로디, 깨끗하고 맑은 이소은의 목소리와 만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프로듀서 양시온, 크로스오버 밴드 두번째 달 멤버 최진경, 재즈 피아니스트 남메아리, 프로듀서 이기현, 첼리스트 홍진호 등이 참여해 재즈, 알앤비, 신스팝 풍 등 다양한 장르의 트랙을 구현해냈다. 함축된 의미를 곱씹게 하는 시적 언어와 음악적 감수성이 어우러져 예술의 범위를 한층 확장한 느낌이다.

이소은에게 왜 다시 노래하게 됐느냐고 묻자 "가수 은퇴를 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특성이 마음을 확 움직였다. 평소 어린이와 어른이 분리되지 않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고 답했다.

수줍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쥐고 노래하던 중학생 소녀는 어느덧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이번에 앨범을 발매한 데에는 현재 다섯 살인 딸의 영향도 컸다고 했다. '컴퍼스', '여름의 사과가 말했다', '나의 작은 성냥갑 속에는' 등에는 순수한 아이의 목소리도 담겨 있는데, 이는 이소은 딸의 목소리다.

이소은은 "화려하고 중독성 있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다른 결의 것도 있어야 아이들이 다양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나.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그렇게 느끼실 것"이라면서 "특히 시라는 건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다. 굉장히 신경 써서 하나하나 눌러 쓴 언어이고, 함축된 의미가 있다. 아이들이 그걸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에 새겨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딸한테 들려주고 싶다는 사적 열망이 컸는데, 작업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위해서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시에 담긴 메시지, 여러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과정을 통해 제가 얻는 게 너무 많았다. 그동안 음악을 떠나왔지만, 20년 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지고, 표현하는 방법도 훨씬 풍성해졌다고 느끼게 됐다"고 후기를 전했다.

과거의 가수 이소은과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소은은 "노래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뚜렷해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귀여운 사랑을 노래했다면, 이제는 세상과 사회 등 조금 더 큰 의미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인생의 양면성을 다룬 조니 미첼의 '보스 사이드 나우'를 좋아한다면서 "난 이제야 그런 메시지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이소은

가수 이소은

다채로운 삶의 경험은 그의 정신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요인인 듯했다. 이소은은 가수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던 때를 떠올리며 "20대 중반에만 가질 수 있는 무모함과 용기가 있었다. 중학생 때 가요제에 나가서 운 좋게 음악을 하게 됐고 가수로서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그 외에 어떠한 다른 삶이 더 있을 것 같았다. 그 질문 하나를 그냥 져버리기가 싫었다"고 고백했다.

법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사회에 통용되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에서 했던 공부가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열어줬다.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오고, 다양한 교우관계를 맺는 등 한국 사회에서 음악계에만 있었으면 못 해 봤을 경험을 많이 했다. 후회가 전혀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소은은 "순간순간 '왜 이 길로 들어섰지?'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지만, '줌 아웃'을 하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다 필요했던 거다. 인생에서 한 번은 강하게 날 밀어붙이고, 힘들게 무언가에 파고드는 건 좋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인간 이소은'의 목표에 관해 묻자 앨범에 수록된 '롤빵'을 언급했다. 그는 "롤빵이 굴러서 창밖에 있는 나무한테 가고 싶다는 내용이다. 늘 내 안에서만 굴러서 제자리걸음 같다는 표현이 있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내게도 나이테 같은 게 생겼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창밖의 나무에게 도달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았다면, 이제는 내 개인적인 나이테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멀리 보고 크게 목표를 잡고 살았는데, 오히려 '줌 인'을 하고 싶은 거다. 그 안에서 또 무언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업적으로는 "지금은 변호사를 안 하고 있다. 다만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이를 활용해 법과의 상호작용은 계속해나가고 싶다. 최근에는 키즈 미디어에 관심이 많아서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기획하고 있는 두, 세 개의 작품이 있다"고 전했다.

가수 이소은

가수 이소은

인터뷰 중 이소은이 가장 깊이 생각하고 답변한 건 '가수 활동을 시작할 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될 거야'라고 해주고 싶어요. '스타가 될 거다', '뜰 거다'의 의미가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결국 네가 살아야 할 인생대로 살아질 거야'라는 뜻으로요. 제가 그동안 했던 결정들이 다 100% 최고의 결정이라고 할 순 없지만, 지금의 저를 만든 것들이잖아요. 중학생 때의 저는 너무 어려서 직감조차 있기 어려웠겠지만, 직감을 믿으라고 하고 싶어요. 결국 가장 믿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니까 잘 될 거라고요."(웃음)

한편 이소은은 오는 31일 서울 서대문구 ECC 영산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도 개최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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