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약달러, 경기 위축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심화하며 ‘영업이익률 상승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수출 호조를 앞세운 전력 인프라·방위산업 업종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곳이 속출하면서다. 실적이 바닥을 찍고 일어선 미디어·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관련주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K수출주’ 위상 어디까지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년(2021~2024년)간 영업이익률이 오른 상장사 중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종목은 56개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눠 구한다. 기업의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과 비용 효율성을 따질 수 있는 지표다. 수치가 높은 기업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잘 버텨내고, 고금리·관세 영향에도 강하다. 이자 비용을 수월하게 감내하고 가격 전가력도 좋은 경우가 많아서다.
업종별론 전력기기 인프라와 방산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제조업치고 드문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많아졌다. 변압기를 만드는 HD현대일렉트릭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0.14%였다. 2021년엔 0.54%에 불과했다. 효성중공업, 일진전기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올해도 미국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기대감으로 수치 개선이 기대된다. 방산주도 환골탈태했다. 중동과 유럽의 무기 수입 증가세는 엠앤씨솔루션 같은 중소형 부품주 실적까지 일으켰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13.47%이다. 2021년 수치(7.48%)의 두 배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두 배 올랐다.
‘K뷰티’ 수혜를 입은 종목들도 폭발적인 영업이익 상승률을 보였다. 필러를 만드는 휴메딕스의 올해 추정치는 28%였다. 전체 2위다.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 같은 이른바 로드숍 ‘1세대’ 종목도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반해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 동남아에서 수출 활로가 크게 확대했다는 평가다. 리스트에선 제외됐지만 동일 업종에선 고주파 미용기기를 만드는 비올, 보톡스주 휴젤 등 영업이익률이 50%를 오가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을 찾은 의료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기며 K뷰티 업체들의 수출 체력 역시 달라지고 있다”며 “파마리서치, 에이피알 같은 ‘대장주’의 부상으로 업종의 주가 잠재력도 부쩍 향상됐다”이라고 말했다.
실적 바닥 찍은 곳도 ‘집중’
영업이익률이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인 종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방산 조선 등 주요 수출주와는 달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싼 경우가 많아서다. 대표적으로 CJ CGV, 콘텐트리중앙의 올해 영업이익률 추정치가 4.69%, 0.3%로 2021년 대비 적자를 벗어났다. 장기간 실적이 꺾였던 만큼 구조조정 등 비용효율화를 통해 수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들 종목 주가는 최근 1년간 각각 18.15%, 11.59% 내린 상태다. AI 영상진단 업체 뷰노와 루닛에도 ‘적자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시장 개척의 숙제를 안고 있었던 만큼 2021년엔 영업손실률이 700%에 달했던 곳들이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유방암·응급·심장질환 진단 솔루션들이 최근 유럽 의료기기 규정을 통과하고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노릴 정도로 완숙해진 상태다.
내수 경기 역시 최악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식음료 업종에도 기대감이 서리고 있다. 이미 ‘알짜 종목’은 있다. 오리온홀딩스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률은 16.82%에 달한다. 경기 방어주에 자금이 몰린 데다, 자회사 오리온이 중국·베트남 등지에서까지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다.올들어 주가가 23.24% 올랐다. 빙과류에 강한 빙그레(9.01%)의 올해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에 가까워졌다. 2021년엔 2.29%에 불과했다. 이들 종목은 대선 이후 내수 진착책의 수혜도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 전개하며, 영업이익률이 견조한 기업에 자금이 계속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전날 유럽연합(EU)의 관세 부과가 유예됐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월 다시 한번 ‘관세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고금리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는 덤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6·3대선 이후 ‘허니문 효과’가 지나고 나면 달러 약세와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수출주들을 중심으로 증시가 휘청일 수 있다”며 “탄탄한 수익성을 지닌 기업을 미리 선별해놓을 때”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