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최근 2분기 호실적 기대감으로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 흐름을 이어온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티커 AVGO)이 5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성장세를 확인했다.
최근 엔비디아가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반등하며 4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시총) 1위를 탈환한 가운데 브로드컴 역시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 상승 탄력이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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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FP] |
이날 장 마감 후 브로드컴은 2025 회계연도 2분기(2025년 5월 4일 마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50억 400만달러(약 20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 급증한 49억 6500만달러(주당 1.03달러)를 기록했다.
비GAAP 순이익은 44% 증가한 77억 8700만달러(주당 1.58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 4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의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를 상회한 바 있다.
76.3%의 높은 총이익률과 함께 잉여현금흐름도 64억 1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4% 늘어나는 등 재무 건전성을 재확인했다. 특히 회사는 3분기 매출을 전년 대비 21% 증가한 약 158억달러로 제시하며 성장세 지속을 전망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157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네트워킹에 대한 강한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며 AI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46% 급증한 44억달러(6조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분기 AI 매출은 51억달러(6조 9000억원)까지 확대되며 10분기 연속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월가에서도 이같은 실적 성장세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브로드컴실적 발표 직후 동유럽 대형은행인 에르스테 그룹은 브로드컴의 주식을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면서 회사의 강력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견조한 재무 지표를 이유로 들었다.
JP모건은 AI 제품에 대한 수요와 다른 반도체 부문의 안정화에 힘입어 강력한 수익 성과를 기대하며 비중 확대를 유지했고, 시티는 목표주가를 276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회사의 AI 부문의 강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러한 실적 기대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브로드컴이 최근 출하를 시작한 차세대 네트워크 반도체 ‘토마호크6(Tomahawk 6)’다. 토마호크6는 이전 모델 대비 2배의 성능을 제공하며, AI 데이터센터에서 요구하는 대규모 연산처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브로드컴은 앞서 지난 3월에도 고속 광(光) 네트워크칩 ‘시안3(Cyan 3)’와 ‘시안2M(Cyan 2M)’을 연달아 공개하는 등 AI 인프라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처럼 브로드컴이 AI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제품군을 연이어 내놓는 것은 자사의 강점을 서버와 네트워크 시스템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AI 수요가 급증하는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네트워크 병목 해소는 필수적 과제로, 브로드컴은 이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적 기대와 제품 모멘텀에 힘입어 브로드컴 주가도 강세를 보여왔다. 5일 종가는 259.93달러로, 최근 한 달 기준 주가는 약 30% 상승했으며 연초 대비로는 약 12% 오른 상태다. 지난 6개월 기준 수익률은 50%가 넘는데, 3~4월 일부 조정이 있었던 만큼,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선두주자라면, 브로드컴은 그 생태계를 구성하는 인프라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오펜하이머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로드컴을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AI 프랜차이즈”라고 평가하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2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AI 하드웨어 생태계 내에서 브로드컴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으며, 네트워크 인프라 부문에서의 기술 우위는 장기적인 실적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