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700억' 해킹 후폭풍…선방하던 SKT 주가도 휘청였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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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해킹사고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지난 2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SKT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심 해킹사고로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지난 28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 SKT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미 관세 피난처로 부각되며 주가가 상승 가도를 탔던 SK텔레콤이 '유심 해킹사고'를 겪으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

당장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유심 교체 비용 외에도 과징금, 가입자 소송 조짐 우려까지 있어 주주들은 재무 부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전날 SK텔레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급락한 5만3900원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해킹 피해가 알려진 지난 22일부터 4거래일간 SK텔레콤 주가는 잠잠했지만, 교체 서비스 첫날인 전날 유심 교체가 예상 외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가입자 이탈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에만 SK텔레콤 가입자 1665명이 KT 등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통상 가입자 이탈이 많은 날에도 200명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탈퇴는 해킹 사고 영향 때문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은 미 관세 무풍지대로 부각되면서 이달 들어 한국전력, 카카오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 3위에 올랐다. 반도체,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사이 이 기간 주가도 6% 오르면서 선방했다.

주주들은 현재 SK텔레콤 통신 가입자가 2480만명(알뜰폰 가입자 187만명 포함)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손실 비용 등 향후 재무 부담이 가중되지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회사 측이 부담해야 할 유심 비용(원가 3000원, 소비자가 7700원 수준)은 교체 수요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고객 전원이 교체할 경우 단순 계산 만으로도 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향후 부과될 과징금 액수도 커질 수 있다. 앞서 2023년 LG유플러스는 해킹 사건으로 3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과징금 68억원, 과태료 2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집단소송이 걸릴 경우 보상금을 낼 수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현재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직접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 사이트에선 'SKT 유심 해킹 사건 관련 국회 국민동의 청원 및 집단소송 관심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엔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도 만들어졌다. 전날 기준 회원 수는 3만3000명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이 가입고객 해킹 피해 발생 시 후속피해에 대해 100% 보상을 약속한 만큼 피해 사례가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보안 시스템에 대한 복구 및 강화 작업에도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예상된다.

일단 SK텔레콤은 지난 25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3952억원의 현금을 긴급 수혈했다. SK텔레콤이 6년간의 협업 체제를 끝내고 갑작스럽게 카카오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는 현금 부족 등 재무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유심 피해 대응 외에도 최근 1조1000억원에 인수를 마무리한 SK브로드밴드 잔금 지급을 오는 5월14일까지 끝내야 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등 올해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SK텔레콤은 AI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3928억원을 썼다.

다만 일각에선 SK텔레콤이 풍부한 현금 흐름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재무적으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약 2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별도 기준 4조5000억~4조6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회성 비용을 부담하는 수준에서 사태가 진정된다면 주가는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무 부담이 1000억~2000억원 수준이라면 현재 주주환원 규모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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