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 상대 변경? 누구도 감당 가능하다”
“초반 공격 or 지능적인 싸움? 내가 선택”
“난 가능한 최고의 모습 보여주려 복싱한다”
동양챔피언 김예준 WBO 슈퍼밴텀급 11위
2020년대 권투 최고 스타 이노우에 나오야(32·일본)가 대한민국 선수와 세계 정상을 다투게 된 돌발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수용인원 1.5만)에서는 1월24일 오후 3시 20분 오하시 프로모션이 주최하고 일본복싱커미션(JBC)이 주관 및 인정하는 대회가 시작했다. 챔피언 이노우에 나오야(32)와 도전자 김예준(33)의 슈퍼밴텀급(55.3㎏) 통합타이틀매치가 메인이벤트다.
둘의 시합은 오후 7시 45분까지 입장을 마치고 시작될 예정이다.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이노우에 나오야의 글로벌 에이전시를 맡고 있는 미국 Top Rank와 계약을 통해 김예준과 챔피언전을 1월24일 오후 8시 30분부터 한국 tvN SPORTS로 방송한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일본 신문 ‘산케이’ 인터뷰에서 “상대가 변경이 가능한 최후의 순간에 바뀌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복서가 없지는 않다”고 인정했지만 “나는 누구와도 겨룰 수 있는 폭넓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예외를 강조했다.
JBC 이노우에 나오야는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기구(WBO)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챔피언이다. 사단법인 한국복싱커미션(KBM) 김예준은 WBO 슈퍼밴텀급 11위로 참가한다.
원래는 WBO 동양 챔피언 및 IBF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을 지낸 샘 굿맨(27·호주)이 2024년 12월 24일 이노우에 나오야한테 도전할 예정이었으나 눈 위를 다쳤다. 2025년 1월 24일로 연기된 후에도 부상이 재발했다.
국제복싱연맹과 세계복싱기구가 지정한 의무 도전자, 즉 이노우에 나오야가 반드시 타이틀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선수로서 슈퍼밴텀급 통합타이틀매치를 앞뒀지만, 왼쪽 눈 위가 두 번이나 찢어져 무산됐다.
일본 스포츠잡지 ‘코코카라넥스트’는 “부상 재발에 따른 샘 굿맨의 기권이 1월11일 발표됐다. 오하시 프로모션은 언더카드 참가 예정이었던 김예준으로 급히 상대를 바꿨다”고 보도했다.
‘코코카라넥스트’에 따르면 김예준은 이노우에 나오야 vs 샘 굿맨의 메인이벤트에 앞서 진행되는 경기 중 하나로 누군가와 대결할 계획이었다. 김예준은 1월21일 KBM 황현철 대표를 만나 “굿맨이 처음 다쳤을 때 언더카드로 합류했다”며 일본 언론 기사가 맞다고 확인했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김예준과 경기에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나갈지, 아니면 나의 복싱 IQ를 보여줄지…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빨리 끝내거나 영리하게 지능적으로 싸울지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공식 전적 매체 ‘복스렉’ P4P(체급 불문) 랭킹 1위에 빛나는 현역 톱스타다. 2014년부터 ▲WBC 라이트플라이급(49㎏) ▲WBO 주니어밴텀급(52.2㎏) ▲WBA IBF WBC WBO 밴텀급(53.5㎏) ▲WBC WBO WBA IBF 슈퍼밴텀급까지 네 체급을 석권했다.
김예준은 슈퍼밴텀급에서 △2014년 4월 WBC 유스(23세 이하) 챔피언 △2015년 3월 IBF 아시아 챔피언 △2024년 5월 WBO 동양 챔피언을 거쳤다. 국제복싱연맹 아시아 타이틀은 2016년 11월 3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돈을 좇다가 결국 제대로 경기하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많다. 나는 가능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복싱을 한다”며 말했다. 샘 굿맨에서 김예준으로 변동이 있다고 한들 본인의 파이팅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일본 신문 ‘스포츠닛폰’은 “한일전 7경기를 모두 이긴 일본인 킬러”로 김예준을 정의했다.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vs 일본이 흔한 스포츠 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이노우에 나오야가 프로복싱 데뷔 29경기 만의 첫 한일전이라는 것 또한 주목했다.
김예준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 한국 권투선수가 왜 강한지를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운이 느껴질 수 있는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그러면 제가 한 번 보여드리겠다”며 예고했다.
앞서 김예준은 ‘오하시 프로모션’을 통해 “제이슨 멀로니(34·호주)와 스파링으로 컨디션을 조정했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항상 대결을 가정하며 연구한 존재다. 모든 힘을 발휘하여 커리어 최대 승부를 개인 통산 8번째 한일전 승리로 장식하고 싶다”는 자신감을 일본 언론에 전했다.
제이슨 멀로니는 WBO 밴텀급(53.5㎏) 챔피언을 지냈다. 오는 2월24일 역시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2010년대 중후반 킥복싱 슈퍼스타였던 WBO 아시아태평양 챔피언 나스카와 덴신(27·일본)과 겨룬다. 김예준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트레이닝 파트너다.
‘스포츠닛폰’은 “KO승률 42.1%(8/19)의 샘 굿맨은 기교파로 꼽힌다. 김예준은 KO승률 61.9%(13/21)가 말해주듯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시합 13일을 남기고 발생한 대진 변경으로 인해 이노우에 나오야가 심리적으로 다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걱정했다.
제이슨 멀로니는 2020년 10월 WBA IBF 밴텀급 통합 챔피언 이노우에 나오야에게 도전했다가 7라운드 KO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1547일(4년2개월25일) 이후 같은 상대와 맞붙는 김예준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김예준은 이노우에 나오야에 관한 평소 공부와 제이슨 멀로니한테 얻은 정보를 더해 슈퍼밴텀급 세계 통합 챔피언전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방법을 궁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노우에 나오야는 2012년 10월 데뷔 후 4355일(11년11개월2일) 무패다. KO승률 89.3%(25/28)는 ‘경량급은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적인 상식마저 깨고 있다. 하지만 김예준 역시 아직 한 번도 KO패가 없다.
그러나 오하시 프로모션은 “2025년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참가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 상대 후보는 알란 피카소(24·멕시코), 무로존 아흐마달리예프(31·우즈베키스탄) 정도”라며 이노우에 나오야가 김예준한테 질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알란 피카소는 WBC 슈퍼밴텀급 랭킹 1위, 무로존 아흐마달리예프는 WBA 슈퍼밴텀급 잠정 챔피언이다. ‘스포츠닛폰’은 “이노우에 나오야가 김예준을 시원스럽고 통쾌하게 이겨 2025년 해외 빅매치들로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예준은 2025년 1월23일 계체를 통과했다. 2015년 11월 WBC 미니멈급(47.6㎏) 타이틀매치에 도전자로 참가한 배영길(46) 이후 처음으로 남자복싱 월드 챔피언 매치 한국인 출전자가 된다.
WBA WBC IBF WBO는 프로권투 4대 기구로 묶인다. 대한민국 남성 메이저 세계챔피언은 2006년 12월 WBC 페더급(57.2㎏) 왕좌에 등극한 지인진(52)이 마지막이다.
이후 2010년 8월 김지훈(38)이 IBF 라이트급(61.2㎏) 챔피언 결정전에 참가했고, 2013년 11월 손정오(44)가 WBA 밴텀급 타이틀 도전자로 나섰다.
그러나 ▲김지훈 만장일치 판정패 ▲손정오 1-2 판정패 ▲배영길 9라운드 TKO패 등 지인진을 끝으로 최고 권투선수 자리를 노린 한국 남성의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최근 18년 한국남자복싱 메이저 세계타이틀전
# 2006년 12월
지인진
도전자
만장일치 판정승
WBC 페더급 챔피언 등극
# 2010년 8월
김지훈
IBF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
만장일치 판정패
# 2013년 11월
손정오
도전자
WBA 밴텀급 타이틀매치
1-2 판정패
# 2015년 11월
배영길
도전자
WBC 미니멈급 타이틀매치
9라운드 TKO패
# 2025년 1월24일
김예준
도전자
슈퍼밴텀급 월드타이틀매치
WBC WBO WBA IBF 통합
이노우에 나오야 프로복싱 주요 커리어
2012년~ 28승 무패
KO/TKO 25승 무패
# 세계 타이틀 획득 경력
2014년 WBC 라이트플라이급 WBO 주니어밴텀급
2018년 WBA 밴텀급
2019년 IBF 밴텀급
2022년 WBC WBO 밴텀급
2023년 WBC WBO WBA IBF 슈퍼밴텀급
김예준 프로복싱 주요 커리어
2012년~ 21승 2무 2패
KO/TKO 13승 무패
2014년 04월 WBC 유스 챔피언
2015년 03월 IBF 아시아 챔피언
2015년 07월 IBF 아시아 타이틀 1차 방어
2015년 12월 IBF 아시아 타이틀 2차 방어
2016년 11월 IBF 아시아 타이틀 3차 방어
2024년 05월 WBO 동양 챔피언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