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D램인 DDR4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으로의 세대 교체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6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버용 DDR4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용 DDR4 가격 역시 13∼18% 상승할 전망이다.
당초 서버용은 5∼10%, PC용은 3∼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해 상향 조정됐다.
이같은 추세는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 서버용 DDR4는 8∼13%, PC용 DDR4는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주요 D램 공급 업체들이 DDR4 생산을 축소하고 있고 구매자들이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앞두고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로 인해 DDR4 계약 가격은 더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7.27% 급등한 2.1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4월에도 22.22% 올랐다.
D램 시장에서는 DDR5가 적용되는 신형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등에 힘입어 DDR4에서 DDR5로 주력 제품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HBM과 DDR5, LPDDR5X 등 고성능·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범용 제품인 DDR4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들은 DDR4의 생산 종료(End-of-Life·EOL) 계획을 수립했으며 최종 출하일은 2026년 초로 예상된다"며 "현재 EOL 공지는 주로 서버·PC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소비자 D램은 생산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DDR4 가격이 오르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발표와 90일 유예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PC 업체들이 DDR4를 중심으로 사전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역시 공급 업체의 생산 전략과 관세 정책이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공급업체가 DDR4 생산을 타이트하게 가져갈 경우 투기적인 재고 축적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