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 2.66% 뛴 데 이어 5일에도 1.49% 올랐다. 이틀 동안 110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단숨에 2600대에서 2800대가 됐다. 코스닥지수도 4일 1.34%, 5일 0.80% 상승하며 탄력을 받았다.
국내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인데,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이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일 유인이 커졌다. 여기에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주주 권익 강화'와 '내수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전형적인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왜 허니문 랠리라고 할까
자산 시장이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는 현상을 '랠리'라고 한다. 자동차 경주, 테니스, 배구 등에서 벌어지는 난타전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인데 경제 용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6~7월께 나타나는 여름철 상승장은 '서머 랠리', 12월 말에 관찰되는 강세장은 '산타 랠리'라고 부른다. 하락 국면이던 증시가 반짝 상승하면 인디언 서머에 빗대 '인디언 랠리'라고 한다.
허니문 랠리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선거 과정에서 고조됐던 정치·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제를 살릴 여러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주가 강세를 견인하는 것이다. 어느 대통령이든 취임 초반에는 지지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를 신혼부부에 비유해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
유진투자증권의 '대선과 주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22년까지 아홉 차례 대선에서 선거일 한 달 후 주가가 오른 경우는 여섯 번이었다.
코스피지수 상승폭이 가장 컸던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 13대 대선으로, 선거 후 한 달 간 주가가 24.1% 급등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승리한 1997년 15대 대선 때는 16.6% 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1992년 14대 4.9%), 전두환 전 대통령(1981년 12대 2.1%), 문재인 전 대통령(2017년 19대 3.1%), 윤석열 전 대통령(2022년 20대 3.0%)이 당선된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허니문 랠리는 '법칙'이라기보다 '속설'이다. 주가지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2002년 16대 -10.3%), 이명박 전 대통령(2007년 17대 -6.8%), 박근혜 전 대통령(2012년 18대 -0.3%) 때는 지수가 하락하기도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고려하면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선거 전후 주가 변동성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불확실성 완화가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도 허니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국내 증시가 워낙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여온 탓에 투자자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커서다. 흥국증권은 '새 정부 출범과 시장의 기대' 보고서에서 "역대 정부 출발 시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출발하는 최근 상황은 가치 회복을 표방하는 정책과 맞물려 긍정적인 기대를 낳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與 "상법개정안 재추진"… 李 "2~3주 내 처리"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는 증시 활성화 정책을 가장 주목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주주 충실 의무를 포함한 상법 개정,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증시 상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조성될 전망"이라고 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올봄 무산됐던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민의를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3월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된 바 있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지난번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3% 룰'이 새로 포함됐다.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해 오너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 없이 즉시 시행하도록 했다. 재계에서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직전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안은 취임 후 2∼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거부하지 않고 즉각 공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르면 이달 내 본회의를 거쳐 공포,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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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