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업체였던 바이두는 2017년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불과 4년 만에 로보택시 ‘아폴로 고’를 베이징과 우한 등에 내놓더니 지금은 10여 개 도시, 700여 대로 몸집을 불렸다. 조만간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에도 나간다.
그 속도는 비교 대상이 없다. 구글은 바이두보다 8년 앞선 2009년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엇비슷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테슬라는 2014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처음 선보였지만 아직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이 단숨에 첨단 기술 강국이 된 배경에는 공산당의 꼼꼼하고 담대한 전략과 이를 현실로 옮기는 강력한 실행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로봇, 전기자동차, 첨단 의료기기, 항공우주 등 10대 핵심 산업을 선정한 뒤 집중 육성했다. 선진국 기업 제품을 그저 싸게 만드는 ‘세계의 공장’ 전략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중국 정부는 기술 자립화와 세계 시장 점령을 위해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동시에 해외 합작기업에 기술 이전을 압박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중국 제조 2025’에서 꼽은 11개 산업(2018년 인공지능 추가) 중 최소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을 배출했다.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드넓은 내수 시장에 힘입어 중국은 전기차와 관련한 생태계를 자국 기업으로만 완성했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넘어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가 됐고, CATL은 한때 세계 최강이던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를 합친 것보다 많이 파는 부동의 1위로 올라섰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이 다투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시장은 BOE 등 중국 기업 판이 됐다. 화웨이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통신장비 세계 1위 자리를 놓지 않는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등 미래 에너지산업 최강자도 중국이다. 마지막 남은 한국의 자존심인 반도체에서도 중국은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낸드플래시 등에선 이미 따라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제조 2025를 완수한 중국은 ‘중국 제조 2035’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초점은 AI, 반도체, 바이오, 휴머노이드, 우주, 양자컴퓨팅, 신에너지 등 16개 첨단산업에 맞췄다. 2030년까지 과학기술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2035년에는 미국을 넘어선 과학기술 최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