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시속 6km 내외 ‘중강도’ 운동… 심혈관계 질환-사망률 모두 낮춰
‘느리게 달리기’는 체중 감량 효과… 안전성은 빨리 걷는 쪽이 더 높아
주당 150분 중강도 운동 지속해야… 평일 운동-주말 몰아하기 효과 비슷
10~15분 단위로 끊어서 해도 돼… 만성질환자는 운동 원칙 지키야
주 씨는 2주에 1회 이상 5km에서 7km까지 달린다. 이처럼 느리게 달릴 때도 건강 증진 효과가 클까. 주 씨는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체중이 빠지진 않았지만, 체력 유지에는 좋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주 씨는 무릎이나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오래 달릴 수 있는 것을 느리게 달리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앞으로 속도를 조금 더 높이고 횟수도 늘릴 계획이다.
요즘 달리기 열풍이 거세지만 여전히 걷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두 종목의 장단점을 이병찬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분석했다.
● 느리게 달릴까, 빨리 걸을까이 교수는 운동 강도를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로 분류했다. 고강도 달리기는 1km를 6∼7분에 주파할 정도, 즉 시속 8∼9km다. 이런 속도로 달리면 빠르게 걷는 것보다 운동량이 상당히 많다. 부상 위험도 크지 않을까. 이 교수는 “달릴 때 무릎과 발목이 다친다는 것은 오해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달린다면 부상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강도 달리기는 훈련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평균 시속 6km 내외의 느리게 달리기가 좋다. 속도만 놓고 보면 시속 6km 내외로 빨리 걷는 것과 똑같은 중강도 운동이다. 미국 심장학회·심장협회도 이 두 가지를 중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강도가 비슷하니 두 방식의 건강 증진 효과도 비슷하다. 이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 1주일에 최소한 150분 이상 중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빨리 걷든, 느리게 달리든 효과가 같으니 1주일에 150분 이상 운동 시간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다만 똑같은 속도라 해도 달릴 때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달리려면 두 발 모두가 공중에 떠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발을 땅에 딛고 있을 때보다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따라서 빠른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빨리 걷기보다 느리게 달리기가 유리하다. 단, 부상의 위험은 달릴 때 더 커진다. 노인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빨리 걷기가 더 좋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걷든 달리든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까지 지속해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시속 6km 내외로 빨리 걷는데도 숨이 차지 않는다면 강도를 높이는 게 좋다.● 적당한 운동 강도는?
고강도를 지속하다가 잠시 강도를 낮췄다 다시 강도를 높이는, 이른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를 중강도로 오래 운동하는 ‘중강도 지속 트레이닝’과 효과를 비교하면 어떨까. 이 교수는 “해외 여러 연구 결과 운동량이 동일(같은 칼로리 소모)하다면 건강 증진 효과의 차이는 없었다”고 말했다.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기 힘든 초보자라면 중강도로 좀 더 길게 해서 원하는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초보자는 중강도 지속 트레이닝에 도전하는 게 좋다. 지속적으로 빨리 걷거나, 빨리 걷다가 느리게 달리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시속 4km 내외의 저강도로 낮추는 대신 오래 걸을 때도 건강 증진 효과가 클까. 이 교수는 “이런 방식은 두드러질 정도로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심장학회 지침에 따르면 1주일에 최소한 150분 중강도 유산소 운동, 혹은 75분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해야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저강도의 운동이라면 오래 걷는다고 해도 에너지 소모량은 늘릴 수 있지만 심혈관계 건강 증진 효과는 작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이 교수는 “최근 들어 오래 앉아 있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과 사망률, 치매, 인지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보고됐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면 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천천히 오래 걷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능하면 빨리 걷는 게 좋지만 그게 안 되면 느린 속도로 오래 걷기라도 하라는 뜻이다.● 매일 운동할까, 주말에만 할까
매일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란 사실은 다 안다. 만약 평일에는 운동하지 않다가 주말 이틀에 몰아서 운동하면 어떨까.
이 교수는 2023년과 올해 각각 발표된 해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다만 1주일에 최소한 150분의 중강도 운동을 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는 주중에 운동을 분산해서 하는 사람들과 주말에 운동량을 몰아서 할 때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예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심근경색, 심부전, 뇌중풍(뇌졸중), 당뇨병의 예방 효과는 두 방식 모두에서 비슷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 결과가 제시하는 바는 명확하다. 분산하든 몰아서 하든 운동 목표량을 채우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1회 운동 지속시간은 최소한 10∼15분을 넘겨야 한다. 10분 미만의 운동은 심혈관 건강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러 조합이 가능해진다. 매일 출퇴근할 때 각각 15분씩만 빨리 걷는다면 주말이나 휴일에 운동하지 않아도 목표량은 채울 수 있다. 출퇴근할 때 정거장 2개의 거리만 빨리 걷거나 느리게 달려도 운동량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평일에 너무 바쁘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75분씩 운동해 주면 역시 목표량을 채우게 된다. 다만 이 교수는 “주말에 몰아서 할 경우 부상 위험도 커지니 되도록 분산해 운동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이틀(48시간) 간격을 두고 근력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 이 교수는 “노인이 됐을 때 근감소증이 나타나는 것을 막으려면 중년 때부터 충분히 근력운동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는 어떻게 운동할까
일반적으로 유산소 운동은 중강도를 권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숨이 차지만, 주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강도로 걷거나 달리면 된다. 유산소 운동은 매일 30∼60분 정도 시행하는 게 좋다. 연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10분 단위로 끊어서 해도 된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근력운동도 필수적이다.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의 60∼80% 정도가 좋다. 가슴 운동이나 코어 운동, 허벅지 운동처럼 큰 근육 운동을 하는 게 좋다. 8∼12회를 1세트로 하되 2세트 혹은 3세트를 하는 게 좋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근력운동이 혈압을 높이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이 교수는 “근력운동도 의사와 상담을 한 후 적당한 강도로 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 중에 저혈당이 올 수 있어 식후 한두 시간의 시점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저혈당에 대비해 간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당뇨병 환자 또한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 족부 질환의 위험이 있다면 폭이 넓고 푹신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 이런 당뇨 환자나 고령자 환자의 경우 실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스트레칭도 필수다. 운동 전의 스트레칭은 근육의 가동 범위를 넓혀주며 유연성을 높여 운동 효과를 높인다. 부상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보통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각각 10∼15분 하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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