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원격수술 시대

6 hours ago 1

입력2025.07.07 17:31 수정2025.07.07 17:31 지면A31

미국 플로리다주 어드벤트헬스병원 소속 비풀 파텔 박사는 지난달 광섬유 인터넷을 활용한 ‘1만㎞ 원격수술’에 성공했다.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수술은 앙골라의 한 병원에서 이뤄졌다. 파텔 박사는 플로리다 사무실에서 수술 로봇을 조종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원격수술을 한 첫 사례다. 지난 1월에는 중국 군 병원이 티베트 라싸의 간암 환자 종양 절제 수술을 원격으로 했다. 2600㎞ 떨어진 베이징에서 정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이용해 복강경 로봇을 조종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원격수술이 100여 건 이뤄졌는데, 위성망을 이용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천자칼럼] 원격수술 시대

원격수술의 핵심은 저지연 통신이다. 수술 집도의의 손 움직임을 로봇팔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1초만 늦어져도 환자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의료계는 원격수술이 가능한 지연 시간을 150ms(밀리초·0.15초) 이내로 보고 있다. 앙골라·티베트 원격수술이 화제가 된 것은 격오지에서 저지연 통신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통신망이나 5세대(5G) 이동통신망이 촘촘하게 깔린 곳에선 별도의 조치 없이도 원격수술이 가능하다. 이 두 기술을 활용하면 지연 시간이 20~30ms(0.02~0.03초) 수준까지 줄어든다. 원격수술 플랫폼을 표방하는 기업이 하나둘 등장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힘입은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기업 리브스메드는 어제 미국 의료업체 소비토와 함께 돼지를 대상으로 한 3000㎞ 원격수술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리비스메드는 수술용 로봇, 소비토는 원격수술에 필요한 인력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원격수술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지역 소멸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 큰 병에 걸리면 수술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로 농어촌행을 망설이는 은퇴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원격의료 고도화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진료와 수술을 전제로 한 의료 시스템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검토해 보길 바란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