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계획했던 대로 2029년 12월 개항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부산시가 반발하고 있지만 엑스포 유치도 실패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무리한 일정 추진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온 가덕도 신공항 기본설계안을 작성 완료해 이날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제출안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총 9년(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시했다. 이는 국토부가 제시한 공사 기간인 7년(84개월)보다 2년 더 길다. 올해 말에 착공하더라도 국토부가 입찰 때부터 여러 차례 제시해온 2029년 12월 개항, 2032년 말 준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컨소시엄은 공사비 역시 정부가 설정한 10조5000억원보다 1조원가량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 관계자는 “매립에 부유식 공법을 적용하는 등 최고난도 공사로 안전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가 제시한 기간과 예산을 현재로선 맞추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가덕도 신공항 용지 공사 경쟁 입찰이 4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공사비 급증 우려에 대형 공사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발을 빼면서 경쟁 입찰이 잇달아 무산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즉각 반발했다. 김광회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정부는 적정 공사 기간과 현장 여건, 시공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 로드맵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적기에 착공해 추가적인 사업 지연이 없도록 책임 있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책 사업인 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부산시에서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는 만큼 당초 추진한 완공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면 선거에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사업자를 재선정하자는 목소리도 일고 있지만 다른 건설사들이 모두 참여를 꺼리고 있어 무작정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기도 쉽지 않다. 국토부는 이날 기본설계안을 접수함에 따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현대건설과 정부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건설사는 곧장 건설이 가능한 수준의 ‘실시설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가덕도 신공항 용지 조성 공사는 재입찰 과정을 거치는 등 일정이 더 크게 꼬일 전망이다.
가덕도는 처음 기본계획을 세울 당시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 전략에 맞춰 지난해 정치권과 정부가 5년 이상 공기를 앞당겼다. 익명을 요구한 토목학 전문가는 “무안공항 사고를 보지 않았느냐”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공기 단축의 명분도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더 큰 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