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생각의 지렛대로 삶의 종점 움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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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결말을 바꾼다/서동욱 지음/376쪽·1만8800원·김영사


한때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음(知音)은 고사하고 휴대전화에 수백 명이 있지만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대리만족으로 진정한 우정을 노래한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탐독했는데. 어느 날 문득, 엉뚱하게도 시의 주제와는 정반대의 생각이 들면서 자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시인도 그런 우정을 얻기 힘드니까 이렇게 절실하게 시를 썼을 텐데 하물며 나야…. 만약 ‘저런 우정을 가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자책과 후회만 하고 있었을 것 같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썼던 저자가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삶이 이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고, 결말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의 힘을 그러모으자”라고 제안했다. 삶의 결말이 영화처럼 바뀌기를 바란다면, 지렛대로 바위를 움직이듯 생각의 지렛대로 삶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끄러움, 권태, 냄새, 무의미, 사랑과 질투, 심지어 음악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생각하는 힘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 익숙한 것, 당연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실을 저지른 인간은 타인이 던지는 조소의 나락으로 떨어져 아무런 구원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이 저지른 과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아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을 고귀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부끄러움의 마음을 품는 것 자체가 우리를 구원한다고도 말할 수 있으리라.”(1부 ‘일상의 보석’ 중 ‘부끄러움, 인간의 위대한 마음’에서)

‘철학은 결말을 바꾼다’를 일반인의 쉬운 표현으로 바꾸면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늘 익숙하게 한쪽 방향, 한쪽 면만 바라보고 살다가 익숙한 것은 낯설게, 어두운 것은 밝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결론을 바꿀 수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 두 배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싶다. 다만 책은 군데군데 다소 난해한 대목도 있다. 부제 ‘삶의 무의미를 견디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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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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