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딸 납치… 몸값 두차례 냈지만 끝내 피살
용의자가 SNS에 올린 사진 추적… 경찰에 증거 제공해 소탕 도와
엄마도 괴한 총격에 끝내 숨져
◇두려움이란 말 따위/아잠 아흐메드 지음·정해영 옮김/424쪽·2만 원·동아시아

마약 카르텔에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선 어머니, 미리암 로드리게스의 일대기를 담은 르포르타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국제 탐사보도 특파원으로 2025년 퓰리처상 해설 보도 부문을 받은 저자가 사건 관계자의 인터뷰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복원했다. 책은 미리암의 고군분투뿐 아니라 폭력이 일상화된 멕시코 현대사를 교차해 가며 국가의 모순을 그려 낸다.
미리암은 납치 용의자를 직접 추적했다. 조직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속 아이스크림 체인점 로고 하나를 단서 삼아, 주(州) 전역의 매장 수십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몇 시간씩 잠복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밝은 빨간색으로 염색하며 외모를 바꿨고, 보건부 공무원으로 위장해 공무원증을 목에 건 채 일대 가가호호를 돌며 가짜 설문조사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용의자의 실명과 생년월일(1994년 12월 23일)을 확보했다. 실명을 알아야 고소도, 체포영장 청구 압박도 가능했다.
그는 경찰에게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전달했고, 수사 진행이 더디면 공식 요청서를 보내 수사관들을 재촉했다. 제도가 무너질 대로 무너진 가운데, 공권력을 그나마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질긴 인맥 쌓기가 필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범인 일부가 어머니가 제공한 단서를 바탕으로 한 소탕 작전에서 사살되거나 체포돼 수감됐다.저자는 이토록 극단적인 폭력이 어떻게 일상이 됐는지 역사적 배경을 짚는다. 폭력에 길들여진 지역사회, 조직범죄와 결탁한 공권력, 오랫동안 유지된 일당 독재가 그 원인으로 제시된다. 미리암이 살던 타마울리파스주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주요 관문으로, 마약 밀수를 둘러싼 카르텔 간 전쟁이 격렬했던 지역이다. 특히 멕시코 육군 특수부대 출신 탈영병들로 구성된 세타스는 참수, 산 채로 황산에 녹이는 고문, 무차별 학살 등을 저질렀다. 2011년 멕시코의 살인 사건은 2만8000건에 이르렀다. 정부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지역 은행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몸값 대출 상품’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납치가 얼마나 일상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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