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현대 사회는 삼각형 덕분에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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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루브르궁의 거대한 유리 금속 피라미드.  ⒸHteink.min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루브르궁의 거대한 유리 금속 피라미드. ⒸHteink.min

삼각형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대부분 학교에서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사인·코사인 공식 정도를 생각할 것이다. ‘도대체 어디다 써먹나’ 싶어 지루했던 기억도 함께 따라온다. 영국의 수학 커뮤니케이터 맷 파커는 삼각형이야말로 세상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구조라고 말한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교과서 속 공식을 넘어 고고학과 건축, 우주와 음악, 심지어 일상의 샌드위치까지 이어주는 유쾌한 삼각형 탐험기다.

[책마을] 현대 사회는 삼각형 덕분에 굴러간다

책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삼각형을 발견하게 한다. 유전 시추 작업자가 “나의 하루는 기하학에서 시작해 기하학으로 끝난다”고 말하거나 기계 제작자가 “나는 문자 그대로 매일 삼각법을 사용한다”고 털어놓는 장면은 수학이 특정 직업군만의 전문 지식이 아님을 보여준다. 시추탑 운전자가 전체 현장을 지휘하는 책임자로 승진하려면 반드시 기하학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수학이 곧 ‘현장의 언어’임을 상징한다.

삼각형의 힘은 공학과 건축에서 더 선명하다. 한 공학자는 “직사각형은 쉽게 비틀어지지만 삼각형은 결코 비틀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은 옥상에 미확인비행물체(UFO) 모양의 유리 돔을 얹으려 했는데, 수많은 삼각형을 조합하는 방식에서 해법을 찾았다. 미국프로농구(NBA) 코트의 3점 슛, 일본 도쿄타워의 높이, 수평선과 나 사이의 거리까지 삼각형과 각도를 통해 계산된다. 저자는 이 단순한 도형을 “거리와 각도의 관계를 대표하는 도형”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물체든 삼각형 메시(격자)로 표현하고, 어떤 신호든 사인파로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설명을 보면 현대사회는 삼각형 덕에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책의 또 다른 재미는 수학을 이야기처럼 풀어낸다는 점이다. ‘넓이를 구하는 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삼각부등식’ ‘강한 삼각형’ ‘내각의 합 180도’ ‘헤론의 공식’ 등 저자가 고른 여섯 가지 수학의 불문율이 모두 실생활 사례와 함께 등장한다. 헤론의 공식(세 변의 길이만 알면 삼각형 넓이를 계산할 수 있는 공식)은 계산기 발명과 우주 탐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공식 덕에 우주선 파이어니어 11호가 토성 궤도에 먼저 도달할 수 있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수학의 ‘유용성’만이 아니다. 그는 “삼각형의 쓸모없는 면까지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2023년 발견된 비주기적 단일 타일 ‘모자(The Hat)’는 그 대표적 사례다. 비주기적 단일 타일이란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지만 같은 패턴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지 않는 타일을 말한다. 수학자들은 50여 년간 이런 형태를 찾아다니다가 모자처럼 생긴 13변 다각형을 발견한다. 영국에서는 주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모자’를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만들고 ‘모자’ 모양 쿠키를 굽는 등 대중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발견을 즐겼다.

이 책은 삼각형이라는 가장 단순한 도형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도형 하나가 세상을 지탱하는 구조물이었음을 저자는 증명해 보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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