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청구 영장, 7명중 6명 기각… 尹겨냥 수사 차질 우려

15 hours ago 2

[특검 수사]
임성근만 구속, 이종섭 등은 풀려나… 3대특검 청구 영장 14건 기각
오산기지 압색 놓고 미군 공식항의… “특검간 경쟁에 무리한 수사” 분석도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핵심 피의자 7명 중 6명에 대한 영장이 24일 모두 기각됐다. 수중수색 등 무리한 지시를 내려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감됐다. 채 상병 특검은 7월 수사를 개시해 114일 동안 총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1명에게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 3대 특검, 영장 기각만 14건

서울중앙지법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등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 관련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이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상당한 증거가 수집됐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에 대해서도 서울중앙지법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상당 부분 수집돼 객관적 사실과 관련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검 관계자는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는 결정된 바 없다”며 “이후 절차에서 수사 내용과 법리 판단을 적극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되자, 특검 안팎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윗선 외압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기간 만료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이 전 장관 등을 구속한 뒤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을 압박하려던 수사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3대 특검의 영장 기각만 14건에 달하면서 후반부에 들어선 수사의 동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역시 8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15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후 특검은 23일 박 전 장관을 다시 불러 조사했고, 24일엔 법무부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란 가담이란 틀에 맞춰 우선 신병부터 확보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8월 김건희 여사 구속 이후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보험성 투자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이어가기도 전에 IMS모빌리티 조영탁 대표 등 관련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9월 기각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박창욱 경북도의원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파견 검사 반발에, 강압 수사 논란까지

최근 3대 특검을 둘러싼 논란도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은 내란 특검의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 압수수색에 대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 김건희 특검에선 경기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받던 양평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논란에 휩싸였고, 국민의힘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민중기 특검을 고발했다. 민 특검은 ‘내부자 주식 거래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채 상병 특검 조사를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옥중 입장문으로 “(특검이) 임 전 사단장 관련 진술을 하지 않으면 재산 형성 과정을 털겠다며 협박당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발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에선 지난달 30일 특검 파견 검사들이 40명 전원 명의로 ‘원대 복귀 요청’을 하기도 했다. 당시 검사들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모순되게 파견 검사들이 직접 수사·기소·공소 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특검 3개가 동시에 가동되는 초유의 상황과 맞물려 특검 간 과도한 경쟁이 형성돼 무리한 수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특검에서 수사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은 태생상 목표를 정해 놓고 수사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며 “이례적으로 3개 특검이 동시 출범하면서 성과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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