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더 심각"…SKT 유심, 100명 몰렸는데 물량 30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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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T월드 매장 유심 물량도 부족
"온라인 예약에도 매장선 QR 예약"
100여명 몰려도 번호표는 30번까지
"유심보호 가입 않으면 피해 미보상?"

28일 오전 10시7분 충북 충주의 한 T월드 매장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8일 오전 10시7분 충북 충주의 한 T월드 매장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시골은 유심이 더 없대. 대리점이 전화도 안 받아. 얼른 부모님께 전화드려."

28일 오후 점심시간. 한 30대 직장인이 동료와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유심 해킹된 걸로 대출도 받을 수 있다더라"라며 이 같이 말했다.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이날 오전 10시 서울 주요 T월드 매장엔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대신 물리적인 유심 교체를 선택한 가입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이날 서울 T월드 PS&M 광화문점엔 사실상 유심 물량을 나타내는 번호표가 100번까지만 배부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렸고 현장에서 번호표를 배부받지 못한 일부 가입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서울보다 지방 T월드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7분께 충북 충주의 한 T월드 매장 앞엔 100여명에 이르는 가입자들이 SK텔레콤 유심 교체를 위해 줄지어 섰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부된 번호표는 30장. 번호표를 받지 못한 나머지 인원은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안내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매장 문엔 '유심카드 모두 소진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 하단엔 "예약을 해주시면 순차적으로 연락 드립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매장을 찾은 40대 여성 A씨는 "오전 9시40분부터 T월드 앞에서 기다렸는데 30번까지만 번호표를 받았다"며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예약과 QR코드로 매장에 쉽게 들어가기도 했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방법을 몰라 매장을 서성이기도 하셨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8시30분 유심 교체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본인 인증을 거쳐 유심 교체를 원하는 매장을 선택하면 예약 신청이 이뤄진다.

사진=X(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사진=X(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SK텔레콤 유심 대란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온라인 예약 신청을 한 일부 가입자들은 정작 매장에선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현장서 나눠주는 QR 코드를 이용해 다시 예약해야 했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한 X(엑스·옛 트위터) 사용자는 "저희 엄마가 유심 무료 교체 신청 (온라인으로) 했는데 해당 지점에서 이걸로 접수해도 우린 모른다는 식으로 나와서 그곳에서 주는 QR로 다시 신청하셨다"며 "일을 왜 이렇게 하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용자도 "예약하고 시간 맞춰 갔는데 현장에서 QR 찍어서 접수해야 유심 생겼을 때 연락준다고 해서 돌아왔다"고 전했다.

서울 홍제동에 있는 한 T월드 매장 사진을 공유한 한 사용자도 "이 대리점은 오늘 재고 유심이 300개였는데 오전 9시부터 줄을 선 대기는 346명"이라며 "대기표를 나눠주던 직원분이 46명에게 내일 오시라고 예약표를 드렸다. 근데 내일 유심 재고 50개 온다더라"라고 했다.

가입자들 사이에선 'SK텔레콤이 사고 친 일로 왜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차라리 고객들에게 유심 배송해주면 되지 않나", "유심 교체 예약 확인문자까지 받았는데 그 지점은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한다",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신경써야 하냐"라는 불만이 가득하다.

SK텔레콤은 전날 대국민 발표문에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유심 불법 복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시 SKT가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목을 놓고 비판도 나온다. 각종 커뮤니티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안 하면 피해가 생겨도 보상 안 해주겠다는 말이냐"라는 취지의 불만이 쏟아졌다.

현재까지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해외 로밍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장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어려운 가입자들도 있다. SK텔레콤은 "해외 로밍 시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5월 중 더 고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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