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즈
사설 통해 한국 국내정세 평가
“반중 감정 조장 배경에는 尹정권 실패
친미노선 문제 일으키며 지지율 하락” 주장
中네티즌 “韓, 미국 더러운 술수에 순종하는 쓰레기”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설’과 관련, 한 관영매체가 사설을 통해 ‘한국 극우보수가 조작한 정치적 술수이자 웃음거리’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매체가 한국 국내문제와 관련해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당국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이 연루된 간첩 사건과 중국산 태양광 시설을 부정적으로 언급하자 즉각 반박했으나 그 이외에는 “한국의 내정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环球时报)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는 홈페이지에 “한국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조작한 ‘중국 개입’ 루머는 싸구려 정치적 술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사설에서 이 매체는 “한국의 계엄령 이후 국민의힘 일부 당원들이 의도적으로 ‘반중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한국 일부 극우 보수 세력이 만들어낸 ‘정치적 희극(political farce)’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최근 집회에서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발언한 것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시스템 비밀번호를 두고 “중국에서 접근하도록 일부러 허술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조작되고 근거 없는 비난은 한국의 국내 정치 문제에 중국을 끌어들여 정치적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상하이 국제경영경제대학교 한반도 연구센터 잔더빈(詹德斌)교수라는 인물을 인용해 “한국의 극우 보수 세력이 중국을 비방하는 데에는 여러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쓰기도 했다.
잔 교수에 따르면 이 목적은 첫째, 반중 정서를 부추겨 대중의 공감을 얻고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 둘째 ‘중국 위협론’을 부각시켜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서방국가, 특히 미국의 지지를 얻어 내정에 있어 원하는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잔 교수는 “한국 극우 보수 세력이 만들어내는 음모론은 결국 그들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며 “반중 선동이 반복될수록 한국인들은 오히려 반감을 갖고 보다 신중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즈는 또 ‘반중 소동’의 이면에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불편한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근거로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장기 실업률이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탈서울 현상이 심화되었으며 의료개혁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로 국민들의 생활이 불안정해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No China’라는 슬로건으로 덮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일부 극우 보수 세력의 반중 선동이 일부 정보에 어두운 한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순 있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국민의 힘의 선거 패배와 다른 문제들은 윤정부 정책의 결과로 중국관 무관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며 “윤정부의 친미반중 노선이 외교·국내적 문제를 초래하며 지지를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사설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달았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다. 그들은 순종적인 강아지와 같다. 모든 것을 중국 탓으로 돌리고 미국의 더러운 수법을 따른다. 한국인들은 가치관이 결여돼 권력을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기본적으로 인간 쓰레기로 쓸모없는 존재다.”
中 대사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설은 허위…내정불간섭 원칙 견지”
이 매체는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가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왔다. 한국의 내정 문제를 근거 없이 중국과 관련짓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언급했다.
다이 대사 역시 지난 10일 X(옛 트위터)에 게시한 글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 우리는 말한 대로 행동하고 광명정대하다”라고 했다.
그는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중국은 한국이 안정, 발전, 번영을 유지하길 바란다. 이는 한국 측에 대한 소중한 정치적 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고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한국 국민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양국 간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인적 왕래가 긴밀한 만큼 많은 국민들이 상대국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생활하고, 여행하고 있다. 한국 측이 재한 중국 국민들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독립언론 없는 中...‘상업주의’ 표방하는 환구시보도 예외없어
인민일보가 공산당의 입장을 충실히 표명하되 외부 시선을 의식해 어느 정도 점잖은 논조를 갖는다면, 환구시보는 상업주의를 표방하는 특성 때문에 황색언론과 같은 자극적 기사들을 여과없이 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생이 인민일보의 자매지인지라 중국 공산당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대외 홍보 전략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외교 및 안보 이슈에서는 공산당을 대변하며 강경한 민족주의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대외적으로 “자율적인 매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매체인 셈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완전히 독립적인 언론이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통제를 받으며, 상업적 모델을 지향하더라도 모두 검열제도 하에 운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