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벨문학상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절망의 상황에서 구원 찾는
인간의 본원적인 불안 탐구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 확인"
1985년 쓴 '사탄탱고' 대표작
7시간 넘는 영화로도 제작돼
한국에도 작품 6편 번역 출간
올해 노벨문학상의 뮤즈는 헝가리 묵시록 문학의 거장으로 통하는 '사탄 탱고'의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선택했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2025년 노벨문학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츠 말름 노벨위 종신 사무총장은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 예언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며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이름을 호명했다. 수상 소식을 들은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이날 스웨덴 라디오방송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첫 번째 날"이라며 "매우 기쁘고 평온(calm)하면서도 긴장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묵시록 문학'의 현존 최고 거장으로 통하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년 이상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묵시록 문학이란 종말과 불운의 세태 속에서도 인간이 운명적으로 찾아 헤매는 구원과 진리를 탐구하는 문학의 한 장르를 의미한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소감에서 "아마도 나는 지옥에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독자들을 위한 작가인 것 같다"고 자신의 문학적 위치를 정의한 바 있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사탄탱고'가 1순위로 꼽힌다. 1985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나이 만 31세에 출간된 '사탄탱고'는 2018년이 돼서야 한국에서 출판됐다. '사탄탱고'는 오래전 처형됐지만 이미 부활했다고 알려진 '가짜 메시아' 이리미아시와 집단 최면에 빠진 듯이 이리미아시를 추종하는 마을 사람들의 지옥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완벽하게 망해버린 이 마을에서 유일한 구원은 재림했다고 알려진 이리미아시뿐이었는데, 결말에 이르러 이리미아시는 '사기꾼 잡범'에 불과했음이 밝혀진다. '구원자를 참칭하며 진창보다 못한 지옥을 살아가는 인간이 빠지기 쉬운 신념의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세계적 감독 벨라 타르에 의해 영화화됐고 438분(7시간18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과 각 신을 채우는 '지옥 같은' 롱테이크로도 악명이 자자한 작품이다. 수많은 영화인들이 '사탄탱고'에 매료돼왔으며 수전 손태그는 생전에 "죽을 때까지 '사탄탱고'를 매년 1회씩 감상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품 제목에 '탱고'가 쓰인 이유는 이 소설이 처음 1~6장은 세계가 붕괴하는 방향으로 '전진'하고, 이후 6~1장(역순)은 같은 사건을 반복하며 '후퇴'하는 구조여서다. 이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탱고의 고유한 리듬을 상징한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주요 작품을 번역해온 노승영 번역가는 이날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헝가리와 유럽, 크게는 전 세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현실을 소설로 형상화한 작가"라고 크러스너호르커이를 상찬하면서 "등장 인물도 대부분 거대한 파국을 향해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눌리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에는 부조리함 속에서 드러나는 유머도 많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비극이지만 예술적이고 종교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장편소설 '저항의 멜랑콜리'도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지방 소도시에 거대한 고래를 실은 서커스단이 도착한 뒤 공포와 광기가 마을을 휩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역시 묵시록 문학의 세계적인 대표작이다. '라스트 울프' '세계는 계속된다' '서왕모의 강림' '뱅크하임 남작의 귀향' 등도 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지난 7~8년간 한국에서는 이름이 덜 알려졌던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온 안지미 알마출판사 대표는 이날 "크러스너호르커이 문학이 언젠가는 세계인의 찬사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실이 되니 너무 감격스럽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안 대표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소설 'Herscht 07769'가 내년에 추가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54년 헝가리 태생인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바 있다. 헝가리의 티보르 데리 문학상, 샨도르 마라이 문학상, 코슈트 문학상을 비롯해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슈피어 문학상 등 유럽 문학상도 두루 받았다. 특히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기 직전 해인 2015년 맨부커상의 주인공이었다.
[김유태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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