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조계사를 방문해 '합장'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했지만, 합장은 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합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종교적 소신이라기보다는 저는 마음을 다해서 인사를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총무원장에게 인사를 오면 합장한다'는 질문에 재차 "저는 제 마음을 다해서 인사드렸다"고 답했다. 비공개 면담과 관련해선 "지금 정치 상황에 대한 말씀을 주셨다"며 "또 어떤 마음으로 정치해야 하는지 그런 여러 좋은 말씀을 주셨다. 제가 잘 경청했다"고 했다.
장 대표의 '합장 여부'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개신교 신앙을 공언해온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에는 한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의 조계종 방문에 불교계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정치인의 합장 여부가 논쟁거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정치인이 한 정당을 대표해 불교계를 찾았을 때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대표성을 가지고 예방하는 자리에서는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는 것이 관행에 가깝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서 홀로 합장하지 않은 사진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황 전 대표는 이날 한 교회에서 예배한 뒤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는데, 행사에서 찍힌 사진 속에는 그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황 대표는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도 하지 않았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불교계에서 황 전 대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내고, 기독교계에서는 황 전 대표를 감싸는 입장을 취하며 종교 간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논란은 황 전 대표는 "미숙했다면 사과한다"는 취지로 사과해 일단락됐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합장하지 않았던 정치인으로 통한다. 개신교 장로였던 김 전 대통령은 사찰에 방문하면 합장을 묵례로 대신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의 경우 지역 불교방송국 설립 지원 등 평소 불교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평가받았다. 개인 신앙을 지키면서도 공적 관계에서 예우와 형식을 분리한 사례로 꼽힌다.
반면 '소망교회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합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교회 권사였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07년 '연화심'이라는 불교 법명까지 받기도 했다. 당시 '장로 대통령'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이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됐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