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의 의료 전문 부동산 신탁사 ‘어슈라(Assura)’를 두고 현지 자본시장의 인수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 KKR이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어슈라(Assura)를 3조원에 품기로 합의했으나, 곧바로 또 다른 원매자가 인수 제안가를 다시 조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수전이 예측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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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글 이미지 갈무리) |
10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KKR은 미국 부동산 투자 전문 사모펀드운용사 스톤피크와 컨소시엄을 맺고 16억1000만파운드(약 3조원)에 어슈라 지분 전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어슈라가 KKR의 앞선 인수 제안을 네 번 거절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양사는 이변이 없을 시 올해 하반기 안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어슈라는 영국의 의료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평가되는 의료 전문 부동산 신탁사다. 회사는 영국의 국영 의료 서비스인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현재 영국 전역 600개 이상의 의료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어슈라는 주로 1차 의료시설에 투자하고 이를 운영하는데, 건강 관리 시설을 설립하면 NHS가 이를 임대하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영국 공공의료와의 연결성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회사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KKR을 비롯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어슈라 인수에 군침을 흘린 이유로는 △안정적인 수익 △저평가된 기업가치 △탄탄한 부동산 가치 △ESG에 입각한 투자 전략 △투자 부문 다각화 등이 꼽힌다.
이들이 특히 주목한 점은 어슈라가 여타 리츠 대비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어슈라는 주요 고객인 NHS와 통상 10년 이상의 장기 임대 계약을 진행해왔다. 경기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갖춘 셈이다. 예측 가능한 수익을 원하는 사모펀드운용사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자산인 것이다.
저평가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역시 인수 매력도를 끌어올렸다. 그간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브렉시트 이후 영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실질 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관련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어슈라의 경우 순자산 가치(NAV)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어 있어 다른 의료 전문 매물 대비 저평가됐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한편 KKR의 거래 성사 여부는 오는 5월 확정될 예정이다. 어슈라 인수전에서 KKR과 경쟁했던 유럽 부동산 투자 신탁사 ‘프라이머리 헬스 프로퍼티(PHP)’가 오는 5월 초까지 인수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기로 하면서다. 앞서 어슈라는 PHP가 제안한 인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한 바 있는데, 이번 KKR의 인수 합의 이후 PHP 측이 인수가를 다시 조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예측 불가능해졌다.
한 외신은 “사모펀드운용사들에게 어슈라는 안정적인 의료 부동산 자산”이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 아래 M&A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PHP가 오는 5월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하면 인수 주체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