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의 개념은 흐릿해지고 있어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언성히어로’ 이재성의 가치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전통적인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의 개념은 모호해졌으나 중원 전 지역을 가장 완벽히 책임지는 황인범의 가치는 그대로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은 미국 원정으로 진행한 9월 A매치를 무패(1승1무)로 마무리했다. 주장 손흥민(33·LAFC)이 2경기 연속골을 포함한 2골·1도움을 올린 가운데 2026북중미월드컵 공동개최국인 미국에 2-0 완승을 거뒀고, 멕시코와는 2-2로 비겼다.
미국 원정에서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마련된 3-4-3 포메이션을 집중 테스트했다. 중원에 2명을 세우는 전체적인 틀은 같았으나 차이가 있었다. 미국전에선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28·버밍엄시티)과 김진규(28·전북 현대)가 ‘플랫형’으로 선발 출전한 반면 멕시코전에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32·알아인)와 중앙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가 먼저 나섰다.
과거에는 두 포지션 모두 미드필더로만 분류됐으나 현대축구에선 역할이 보다 세분화됐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라인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에 무게를 싣는다면 중앙 미드필더는 많은 활동량으로 특정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는 ‘박스 투 박스’로 볼 수 있다.
‘홍명보호’의 미국 원정길에 동행한 미드필더는 9명인데, 이 중 박용우와 박진섭(30·전북), 서민우(27·강원FC)만 전형적 수비형 미드필더로 구분됐다. 나머지는 윙어나 중앙 미드필더자원이었다. 한국축구에서 가장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황인범(29·페예노르트)은 종아리 부상 여파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활용하는 3-4-3 포메이션의 경우, 경기 도중에도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대각선으로 과감히 이동하는 ‘인버티드 풀백’으로 변신하거나 센터백들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중원 숫자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많이 모호해졌다.
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최전방 원 톱에 좌우 윙포워드를 공격진으로 활용했다. 자연스레 공격 작업을 시작해주는 역할, 기존의 플레이메이커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33·마인츠)과 이동경(28·김천 상무), 배준호(22·스토크시티) 등이 날개 공격수로 출전해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4-2-3-1 포메이션을 플랜A로 삼는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포백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마련했고 선수들도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아쉽게도 미국 원정에 동행하지 못한 황인범과 미국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이상을 느껴 대표팀을 먼저 떠난 이재성은 여기서도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다만 둘 모두 중앙 미드필더의 개념을 잘 이해하며 역할을 맡을 수 있고, 특히 이재성은 윙어까지 책임질 수 있어 활용폭이 상당히 넓다. 전통의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의 개념은 흐릿해졌어도 빛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한 ‘살림꾼’들의 가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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