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귀국발전연구’ 벤치마킹 ‘해외 포닥 리쇼어링’ 신설

4 days ago 2

[과학기술 인재 엑소더스]
국내 4대 과기원, 월말 美 합동방문
‘AI 연구’ 포닥 400명 현장채용 나서
기업들 “주거지원 등 인센티브 필요”

전 세계 각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국도 ‘브레인 리쇼어링(국내 복귀)’에 뛰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의 리쇼어링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로 했고,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도 이달 말 미국 보스턴과 실리콘밸리를 직접 찾아가 박사후연구원(포닥) 유치전에 나선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정통부는 해외 체류 중인 박사후연구원의 국내 복귀를 위해 총 3년간 연 1억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리쇼어링 트랙’ 예산을 당국에 신청했다. 해외 체류 중인 박사후연구원이 지원 대상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가 참고한 일본의 ‘귀국발전연구’ 프로그램은 해외 연구기관에 있는 뛰어난 연구 실적을 갖춘 일본인 연구자가 귀국 후 바로 연구를 개시할 수 있도록 3년간 과제당 5000만 엔(약 4억8000만 원) 이하 규모로 지원한다.

국내 4대 과기원(KAIST, UNIST, DGIST, GIST)도 이달 말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과 실리콘밸리 등을 합동 방문한다. ‘인공지능(AI) 국가대표 양성사업’에서 연구를 수행할 박사후연구원 400명을 확보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현장 채용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특급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 석학을 유치하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해외 석학 유치 프로그램인 ‘브레인풀 플러스(BP+)’를 통해 1인당 인건비·체재비·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6억 원씩 최대 10년간 지원하고 있지만 지난해 단 1명(강성훈 KAIST 신소재공학과 부교수)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이처럼 유치 실적이 초라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연구생들을 채용해 연구실을 운영하는 석학들이 정부의 예산 집행 일정에 맞춰 몇 달 내 연구실을 정리하고 들어오기 쉽지 않은 데다 자녀 교육 등 가족 정착 문제도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BP+ 석학 영입 실적은 12명에 불과하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5명 유치를 목표로 지난달 30일까지 지원자를 받았다.

정부는 올해 4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요구한 인재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외 대학 학사 졸업생의 경우 취업 경력이 없으면 입국해 면접 등 구직 활동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 부분을 개선해 달라는 게 인재 확보가 절실한 기업들의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만큼 고연봉을 주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S급 인재뿐만 아니라 해외 학사 졸업생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기업의 현실적 요구다.

해외 인재의 경우 의료 시스템을 제외하면 한국에 거주할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도 기업 인사 담당 임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애로사항이다. 미국의 한 테크기업 수석급 연구원은 “주거 등 서울의 초기 정착 비용이 높아 기업이 제시하는 임금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자녀들이 한국의 교육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제학교 입학 특례 정도의 강력한 혜택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