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현안 산적…쉴 수 없는 대통령의 휴가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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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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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4일부터 8일까지 취임 후 첫 하계 휴가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거제 저도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 '청해대'에 머물며 정국 구상과 한미 정상회담 등을 준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통령의 휴가는 말만 휴가일뿐 실제 쉴 때가 드물다. 과거 대통령들은 연차를 낸 후 폭우나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해 휴가를 취소하거나 휴가 중 복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에 '대통령 휴가의 징크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충북 청주시 청남대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갔다가, 파주·연천 폭우 사태로 하루 만에 복귀한 일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해인 1998년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여름 휴가를 잡지 못했다.

여름 휴가 징크스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에는 탄핵 사태, 2006년 태풍, 2007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등으로 휴가를 취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휴가 중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영토주권 변경 등 이른바 '독도 사태'가 불거져 휴가 내내 수시로 보고받으며 사실상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휴가 기간을 청와대 관저에서 보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휴가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휴가 중 진해 해군기지를 방문해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격려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난 2024년 5월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해 당시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휴가 조기 복귀를 촉구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무책임하게 휴가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휴가 전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의 휴가를 언급하며 비판에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있던 휴가비도 다 날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고 언급했다.

민생 경제와 외교 안보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당초 휴가 반납도 검토했으나, 공직사회 휴식 보장과 경기 활성화 메시지를 고려해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통령실은 "저도에 머물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고, 독서와 영화감상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이어진 조기 대선까지 연이은 강행군을 소화했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관세협상 막바지에는 현지 보고를 받느라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달 31일 고위공직자 워크숍에서는 "이빨이 흔들린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대통령의 '컨디션 조절'이 이번 여름휴가의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휴가 기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주요 현안 보고를 수시로 받으며 국정에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조치와 함께 이달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공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회담 시점은 이르면 8월 셋째 주로 광복절 행사 이후로 조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굵직한 줄기만 공개된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과 함께, 관세협상에서 다루지 않았던 '안보 패키지'가 정상회담의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기습폭우로 1명이 사망하는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온전히 마음 편한 휴가를 보내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아울러 국내 현안 중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정치인이 포함될지가 최대 화두인데 이 또한 대통령 휴가 과제로 언급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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