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은하에도 막대 구조가… “은하 진화 연구 새 지평”

1 week ago 6

막대 구조, 보통 성숙한 은하서 관찰
빅뱅 26억 년 이후 생성된 ‘J0107a’
가스 흐름 속도 빠르고 구조 안정적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젊은 은하 ‘J0107a’의 모습. 성숙한 은하에서 주로 나타나는 막대 구조가 은하의 중심부에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젊은 은하 ‘J0107a’의 모습. 성숙한 은하에서 주로 나타나는 막대 구조가 은하의 중심부에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는 약 130~135억 년 전에 형성된 비교적 나이가 많은 은하다. 우리 은하는 가운데에 길쭉한 막대 구조가 있는 ‘막대 나선 은하’로 분류된다. 과학자들은 별과 가스로 이뤄진 막대 구조를 성숙한 은하에서 발견되는 특징으로 여겼다. 막대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를 발견했다. 기존 상식을 뒤엎는 결과라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 난징대, 일본 국립천문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칠레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로 젊은 은하 ‘J0107a’에서 막대 구조를 발견한 연구결과를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우주가 팽창하면 먼 곳에 있는 천체가 방출하는 빛과 관측 지점의 공간도 함께 확장된다. 이때 관측 지점에 존재하는 빛의 스펙트럼은 파장이 긴 쪽으로 몰리고 빛이 붉은색을 띠는 ‘적색편이’ 현상이 일어난다. 기존 어떤 우주 망원경보다도 적외선을 더 민감하게 관측할 수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이 적색편이를 관측하는 데 최적화됐다.

연구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적색편이 관측 결과를 통해 J0107a가 우주가 생긴 지 26억 년이 지났을 때 만들어진 은하라고 추정했다. 약 111억 년 전에 생성된 셈이다. J0107a의 모습을 관측하면 J0107a가 생성됐을 당시의 우주 모습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J0107a를 관측한 결과 잘 정돈된 막대 구조를 발견했다. 지금껏 과학자들은 막대 구조를 비교적 나이가 많은 은하에서 발견되는 구조로 봤다. 은하의 원반 구조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구성 요소의 중력 불균형과 회전 속도 차이로 중심부가 찌그러지면서 가운데에 막대 구조가 형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은하 내부가 안정을 찾으며 점차 복잡하고 정교한 막대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까지 관측 결과를 보면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젊은 은하는 구조가 불안정해 막대 구조가 잘 생기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J0107a의 구조는 안정적이었다. 중심으로 가스가 매우 빠르게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우리 은하를 비롯한 주변 은하보다 흘러들어가는 속도가 10∼100배 빨랐다. J0107a가 내부 구조를 빠르게 재정비하고 별을 폭발적으로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젊은 은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특성이다. 연구팀의 발견은 우주 초기에 은하들이 생각보다 빨리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주 초기 은하 형성 이론을 다시 써야 할 수도 있는 결과다. 논문과 함께 네이처에 실린 논평에서 디앤 피셔 호주 스윈번공과대 교수는 “지금까지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는 없었다”며 “이번 발견은 은하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피셔 교수는 “연구팀의 연구는 은하 하나를 관측한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어 젊은 은하에서 막대 구조가 흔하게 나타났다고는 볼 수 없다”며 “ALMA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더 많은 관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