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53〉 [AC협회장 주간록63] 수도권 중심 생태계 넘어서야 '벤처국가'가 완성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16/news-p.v1.20250516.0936f3f9780f4d5ab5b6b46b19577155_P3.jpg)
“창업은 수도권에서만 가능한가?”
이 질문은 현장의 수많은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창업자, 지방 엑셀러레이터가 매년 공통적으로 던지는 물음이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렇다”에 가깝다. 서울, 특히 강남과 판교를 중심으로 모든 자금, 인재, 인프라, 네트워크가 몰려 있다. 반면에 대전·광주·대구·부산·강원 등 지역은 여전히 '벤처 불모지'에 가깝다. 새로운 정부가 진정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기치로 내세운다면, 가장 먼저 시정해야 할 것은 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도권 편중 구조다.
현황부터 직시하자. 2023년 벤처투자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인재 역시 수도권 대학과 기업에 쏠려 있으며, 초기창업을 위한 입주공간, 멘토링, 네트워킹, 시드투자, IR 기회 모두 서울 중심이다. 지방의 창업자들은 “지방에서 하는 창업은 이과 반에서 문과 지망하는 것과 같다”고 토로한다. 이는 곧 지역 기반 벤처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방증이다.
반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은 '지역 기반 혁신 클러스터'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각 주(州)마다 독립적인 창업허브와 투자펀드를 운영하며, 독일은 산업별로 특화된 지역 혁신벨트를 발전시켰다. 일본도 최근에는 후쿠오카, 오사카, 센다이 등 비수도권에 AI·바이오 특화 스타트업 허브를 집중 육성 중이다. 반면에 우리는 여전히 '서울에서 성공하면 지역으로 확장'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있다. 첫째, 지역에 스타트업 허브를 단순히 설치하는 것을 넘어, 특화된 혁신도시로 육성해야 한다. 지방 거점도시에 '스타트업 5대 혁신도시'를 지정하고 재정·세제·인재 등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산업 특성에 따라 광주는 에너지, 대구는 메디컬, 부산은 해양물류, 강원은 바이오헬스, 전북은 농생명 기반으로 특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역 투자자 육성과 로컬 엑셀러레이터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VC 구조에서는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할 유인이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젤투자 사관학교를 지역 단위로 설립하고, 퇴직자·전문직·대학 교수 등을 대상으로 투자교육과 실전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지역 기반 AC의 법인 출자 허용, 공동창업 모델 확대도 필요하다. 투자 생태계가 없으면, 창업은 피상적 흉내에 불과하다.
셋째, 글로벌 스타트업 유치를 통한 지역 창업 생태계의 국제화 전략이 중요하다. 수도권만이 글로벌 진출의 출발지가 되어선 안 된다. 광주, 대구, 전주, 창원 등에도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인 창업자 유치, 창업비자 발급, 지역 AC 추천제, 정착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 한다. 지방 국립대와 연계한 유학생 창업 전환 정책은 해외 인재를 지역에 고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벤처는 단지 지역경제를 살리는 수단이 아니다.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철학을 실현하는 핵심 전략이다. 지방이 창업할 수 있어야, 진짜 벤처국가다. 정부가 '스타트업 코리아'를 선언한다면, 그 지도가 서울 한복판에만 그려져 있어선 안 된다. 새 정부는 수도권의 그늘에 가려진 지역 창업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전체가 앞으로 나아간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