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피라미드의 붕괴와 1인 조직

13 hours ago 1

[한경에세이] 피라미드의 붕괴와 1인 조직

컨설팅회사와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는 수백 명이 역할을 분담하는 대규모 조직에서 전략 수립과 실행, 조율 과정을 익숙하게 다뤘다면 지금은 한두 명, 때로는 혼자서도 시장을 만들어가는 창업가들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이 간다.

인류는 오랫동안 위계적 조직 구조를 통해 사회를 운영했다. 명확한 역할 분담과 통제는 효율을 높였고, 산업화 이후 대규모 조직의 표준이 됐다. 지금도 정부, 기업, 군대 대부분은 이 틀을 따른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피라미드형 구조가 점점 납작해지고 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최근에는 일의 본질과 가치를 재정의하려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조직의 크기보다 ‘일의 의미’와 ‘성과의 임팩트’를 중요하게 보는 관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런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우버 뉴욕지사장 출신인 조시 모어는 2023년 음성 요약 앱 웨이브AI를 혼자 개발해 출시했고, 8개월 만에 월매출 33만달러(약 4억원)를 기록했다. 개발 경험이 전무한 그는 챗GPT를 활용해 독학으로 코딩을 익혔다. 미국의 21세 한인 대학생 로이 리는 면접 AI인 인터뷰코더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클루엘리를 설립했고,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에서 1500만달러(약 20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스라엘의 마오르 슐로모는 자연어 코딩 플랫폼 베이스44를 혼자 개발해 설립 6개월 만에 이를 윅스에 8000만달러(약 1100억원)에 매각했다. 이들은 모두 혼자서 문제를 정의하고, 적절한 도구를 활용해 해법을 찾으며 성장을 구현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눈여겨볼 축은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제한된 자원과 인력 안에서도 문제를 빠르게 정의하고 풀어내는 데 익숙하다. AI 도구를 적극 활용해 한 사람이 마치 한 팀처럼 기능하며 일의 속도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열 명이 필요했을 일을 두세 명이 해내고, 때로는 혼자서도 가능하다. 조직의 경계는 느슨해지고, 위계는 줄어들며, 자율과 연결이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개인의 역량과 기술의 결합이 기존 조직 구조를 넘어서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조직을 바라보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는 ‘몇 명이 일하느냐’가 조직의 규모를 말해줬다면 지금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조직의 실력이다. 작지만 빠르고 유연한 개인들이 시장을 바꾸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 흐름은 더 뚜렷해질 것이다. 1인 창업, 1인 기업의 세상이 열릴 것이며 그들이 일하는 방식에 우리는 더 주목해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