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마약 밀수에도 수사·처벌 어려운 주한미군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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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마약 밀수에도 수사·처벌 어려운 주한미군 범죄

지난달 19일 서울 홍익대 인근 거리에서 한국을 모욕하는 발언을 한 뒤 이에 항의하는 한국인 남성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한 주한미군이 경찰에 붙잡혔다. 작년 7월 같은 지역 식당에선 만취한 주한미군이 흉기를 들고 손님과 직원들을 위협하다 체포됐다.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홍대입구와 이태원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유흥가를 관할하는 마포경찰서와 용산경찰서에서 주한미군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술에 취해 시민을 폭행하거나 마약을 밀수하는 등 주한미군이 연루된 범죄가 하루 평균 1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주한미군 범죄 발생 건수는 453건으로 2018년(351건)에 비해 29% 늘었다. 범죄 유형은 주취 상태 범행과 마약 관련 사건이 주를 이뤘다. 작년 4월엔 액상 합성대마를 국내로 밀수입해 한국인 여자친구의 집으로 배송시킨 주한미군이 검거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도 신병 확보와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살인 등 12개 주요 범죄를 저지른 미군 피의자는 검찰 기소 이후에 미군으로부터 신병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할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큰데도 신병을 확보할 수 없어 수사가 더딘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국 법원이 미군 범죄에 재판권을 행사한 비율은 작년 기준 30.9%에 불과하다. SOFA 부속합의서에는 ‘공무 중 범죄는 미국 측에 1차 재판권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이 공무 수행 중이었다는 증명서만 제출하면 어떤 사건이든 국내 재판을 피할 수 있다.

재판을 받더라도 실형 선고는 드물다.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SOFA 대상자 판결 24건 중 실형은 2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벌금형과 집행유예 등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가 가장 많이 언급한 참작 사유는 “국내 전과가 없다” “가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등이었다.

SOFA는 1966년 체결 후 1차(1991년), 2차(2001년) 개정을 거쳤지만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엔 주로 음주·단순 폭행이 문제였다면, 최근엔 마약 밀수 사건 등으로 범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 법체계도 달라져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치외법권적 특권을 방치하면 범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나 법적 형평성을 위해서나 시대에 맞지 않는 SOFA의 추가 개정을 검토해 볼 때가 됐다.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데도 이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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