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서 위조해 47억원 사기대출
피해자 사회 초년생 20~30대 여성
고위공무원 출신이라며 피해자 안심시켜
자기 자본 없이 갭투자 방식으로 62억원에 이르는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전직 부산시 고위공무원이 검찰로 넘겨졌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A씨(76)를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부산의 한 지자체 부구청장으로 퇴직한 뒤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까지 지낸 고위공무원이었다. 그는 퇴직 후 부동산임대업을 하면서 2019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으면서도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 9채의 73개 호실과 임대차 계약을 한 피해자 73명의 보증금 62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6개 지역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을 사들였는데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업을 했고, 피해자들에게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즉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계약 과정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건물이 많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고위공무원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피해자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인 20~30대 여성들로 전세자금 대출로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여 만원의 보증금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21년 11월 미반환 보증금 규모가 늘어나는 데다 대출이자 납입 등 자금난을 겪자 자신의 오피스텔을 담보로 대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채무가 시가를 초과한 탓에 담보가치가 없어져 대출이 불가능해지자 위조한 임대차계약서로 사기대출을 받기도 했다.
보증금이 1억2600만원인 전세 임대차계약서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임차료 60만원의 월세 임대차계약서로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담보가치를 높였다. 이런 수법으로 본인 소유 2개 건물의 60개 호실 임대차계약서가 위조됐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47억8000만원을 대출받았다. A씨는 금융기관이 임차인을 상대로 한 실질적인 임대차 현황 확인을 하지 않고 대출을 해준다는 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해당 건물의 근저당권 및 임대보증금 관련 현황을 확인하고, 전세권 설정 제도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인에게는 보증보험 의무가입 이행도 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