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민 평형’으로 불리며 서울 아파트의 대표 평형으로 여겨지던 전용면적 84㎡. 최근 그 자리를 전용 59㎡ 아파트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단순히 수요자가 작아진 면적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전용 59㎡가 면적당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용 84㎡를 앞지르며 ‘새로운 국민 평형’으로 부상한 것이다.
변화 배경에는 실용적이고 고도화된 평면 구조 진화가 있다. 과거 전용 59㎡ 아파트는 방 2개와 화장실 1개의 협소한 구성으로 ‘소형 아파트’ 틀에 머물렀다. 2010년대 들어 방 세 칸과 화장실 2개 구조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실거주 기능이 강화됐다. 분양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최근 5년간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에서 전용 59㎡ 공급 비중은 40%를 넘었다.
인구 구조 변화 역시 전용 59㎡ 아파트 부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2022년 기준 38.2%에 달했다. 2050년에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7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1자녀 가구 비중 증가 등 가족 구조 변화가 더해지면서 과거보다 작은 면적 아파트 선호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변화를 수치로 확인해보면 더욱 명확하다. 2025년 4월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이 넘는 13개 구에서 전용 59㎡의 3.3㎡당 매매 가격이 전용 84㎡를 앞질렀다. 강남구는 전용 59㎡의 3.3㎡당 실거래 가격이 7530만원인 반면 전용 84㎡는 7367만원이다. 전용 59㎡가 163만원 더 높다. 강동구는 2016년 12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용 59㎡의 3.3㎡당 가격이 줄곧 전용 84㎡를 웃돌고 있다. 서초구는 2023년 8월, 송파구는 2024년 7월 가격 역전이 시작됐다. 용산·성동·동대문구 등에서도 이미 전용 59㎡의 3.3㎡당 가격이 전용 84㎡를 앞지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최근 분양 아파트 설계 및 공급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3.3㎡당 가격에서 전용 59㎡ 아파트가 전용 84㎡를 앞지른 지역을 분석해보면 대부분은 최근 15년 이내에 준공된 아파트 비중이 높은 곳이다.
다시 말해 방 세 칸, 화장실 2개 구성인 ‘2세대 59㎡’가 보편화된 지역일수록 실수요층의 주거 만족도가 높고 그에 따른 프리미엄이 형성돼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여기에 1~2인 가구, 1자녀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가 결합해 전용 59㎡ 수요와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은 점점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동구 사례를 보면 전용 59㎡와 84㎡의 평당 가격 격차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전용 84㎡ 아파트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전용 59㎡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8000만원을 넘어서는 현실에서 전용 59㎡는 실거주와 투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한때 ‘작은 아파트’로 불리던 전용 59㎡는 이제 더 이상 대체 선택지가 아니다.
평면 구성과 시장 수요 흐름,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전용 59㎡는 서울 아파트 시장의 실질적 기준이 되고 있다. ‘작지만 강한’ 59㎡ 시대는 시작됐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