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은 동지? 안철수에 ‘러브콜’ 보낸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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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비법조인 공통점… 조기 대선 열리면 ‘제3지대’ 연대 가능성

“국민의힘 내부를 흔들려는 정치적 수단이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기 대선이 펼쳐지면 이준석 의원 입장에서는 중도 보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하다.”(이종훈 시사평론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에게 보낸 ‘러브콜’을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3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중 한 사람과 연대한다면 누구와 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안철수 의원이 가장 가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연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1월 7일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선 국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고려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이후 정치권의 대표 앙숙이었다.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는 노원병 공천을 두고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대립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에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나온 안 의원의 욕설 논란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왼쪽)이 지난해 12월 31일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오른쪽),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중 한 명과 연대한다면 안 의원과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뉴스1]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왼쪽)이 지난해 12월 31일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오른쪽),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중 한 명과 연대한다면 안 의원과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뉴스1]
한때 정치권 대표 앙숙

하지만 22대 국회 출범 이후 안 의원이 여권에서 반윤(반윤석열) 노선을 밟으며 두 사람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7월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안 의원이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 참석해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질 때 이 의원이 큰 목소리로 “안철수 파이팅”을 외쳤다. 이 의원은 12월 31일 인터뷰에서 “(안 의원과)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정치판을 짜는 데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 내가 먼저 가서 안 의원에게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20대 대선에서 단일화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을 당시 초대 내각 인선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사이가 벌어졌다. 이후 의대 증원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표명하는 등 반윤 노선을 분명히 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두 차례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본회의장을 지켰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불화는 골이 더 깊다. 20대 대선 준비 과정부터 당시 당대표였던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은 통화 내용 유출 논란, 인재 영입 등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22대 총선 전에는 개혁신당을 창당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두 의원은 반윤이라는 것 외에도 비법조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 의원은 “법조인 정치의 한계성을 국민이 봤기 때문에 좀 넘어서야 한다”며 “안 의원은 선악을 가르지 않는 법조인 정치를 안 하는 대신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1월 7일 “과학과 미래, 경제와 산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걸 잘하는 건 (당내에) 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법률가”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법조인들이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안 의원과의 공통점을 찾아 부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홀로 앉아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홀로 앉아 있다. [뉴스1]
“탄핵 인용 시 국민의힘 분당 여부가 변수”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펼쳐질 조기 대선 가능성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시 여당에서는 비박(비박근혜) 세력이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19대 대선은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제3지대 부각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이종훈 평론가는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의힘 내부가 요동칠 공산이 크다”며 “친윤(친윤석열)과 비윤으로 당이 쪼개지는 이합집산이 벌어지면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과 개혁신당의 통합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채진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 40% 선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60%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해지며 제3지대가 부각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준석 의원은 대권 프로젝트 파트너로 중도 확장성이 있는 안철수 의원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율 교수는 “여당이 지난 대선 때 ‘흩어지면 죽는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분당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일과 29일 무선 전화 면접 100% 방식으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안 의원과 이 의원은 각각 3.0%와 2.3% 지지율을 얻었다.[이 기사는 주간동아 1472호에 실렸습니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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