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전쟁에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 우려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부 재벌그룹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기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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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GS그룹 비상장사인 삼양인터내셔날은 최근 1년여간 1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당기순이익 91억9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배당금 대부분은 최대주주인 허준홍 삼양통상(002170) 사장 등 GS그룹 오너 일가 3명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오너 일가는 같은 그룹의 비상장사 삼정건업과 승산도 각각 52억원, 80억원을 배당받았다.
카카오그룹 산하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33억5000만원의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150억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전년도에는 6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카카오그룹 측은 김 창업자가 2021년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만큼, 배당금도 기부를 위한 자금 마련에 쓰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ㄹ려졌다.
부영그룹 비상장사 광영토건은 이중근 회장과 장남 이성훈 부사장에게 각각 162억7000만원, 31억6000만원 등 총 194억4000만원을 배당했다. 광영토건의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으로, 배당액이 50억원 가까이 더 많았다. 하림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올품도 지분 100%를 보유한 장남 김준영씨에게 당기순이익 39억7000만원보다 많은 42억4500만원을 배당했다. 효성그룹 비상장사 효성투자개발은 당기순이익 270억원보다 많은 400억원을 배당했으며, 이 중 164억원이 조현준 회장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배당 행태는 상장사 주주와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 일가가 규제가 약한 비상장사를 통해 사적 이익을 챙기고, 재산을 편법으로 이전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상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이익을 배당으로 돌리면 상장사의 이익이 줄어 상장사 주주의 배당 여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고, 시장 경쟁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와 금전적 제재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은 내부 제보나 이사회 내 감시와 견제가 아니면 밝히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거래를 하는 부분에 있어 의심할 수 있는 거래에 대해 금전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주주 충실의무 위반 시 벌금 등 강한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