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27일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으로 선출된 후 향응을 제공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A씨가 청구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관련 조항이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월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임시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전날 선거관리위원장과 조합원, 홍보업체 관계자 등에게 14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A씨는 2018년 3월 조합원에게 조합원 명부 복사 요청을 받았지만 15일 이내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해당 행위들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후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A씨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구 도시정비법 제21조 4항 1호, 제84조의2 제3호가 ‘조합 임원의 선출과 관련해’라고 금지행위를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나 2020년 7월 기각됐고, 이후 같은 해 10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각각 조합의 임원 선출과 관련해 향응이나 이익의 제공을 금지하고, 제공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해당 조항은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지원하고, 조합 의사결정에 금전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으로도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헌재는 조합 임원이 조합원으로부터 조합원 명부를 복사해달라는 요청에 응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4항 제2호 등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조합원 명부는 조합원이 조합의 업무를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며 조항들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해당 조항에 따라 조합 임원이 부담하게 되는 직무 수행상의 의무는 그 내용이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