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가 9일(현지시간) 전 세계 기업 중 처음으로 장중 시가총액 4조달러(5500조원)를 찍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약 15년 전 엔비디아는 그래픽 처리 이외 목적으로 자사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함으로써 그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칩이 가속화할 수 있는 컴퓨팅 작업의 범위가 더 넓다고 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이었다.
과거 엔비디아는 ATI테크놀로지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 칩셋을 생산하는 주요 부품 기업이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등이 엔비디아를 새로운 영역, 즉 엔비디아의 프로세서가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를 이끌었다.
WSJ은 “이 프로세서들의 용도는 한때 큰 성공을 거뒀던 가상화폐 채굴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고. 또한 이러한 확장은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및 기타 신생 AI 응용 분야에도 널리 사용되는 환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엔비디아는 점점 더 강력한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각 세대의 새로운 아키텍처에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요하네스 케플러, 앨런 튜링, 에이다 러브레이스 같은 유명 물리학자나 과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약 20년 동안 2년에서 4년 주기로 차세대 칩을 출시해온 엔비디아는 최근에는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 시기를 단축했다. 지금은 매년 새로운 세대의 칩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엔비디아는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몇 달 만의 일이었다.
오픈AI, 메타플랫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들과 AI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프로세서를 앞다퉈 확보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지면서다.
지난해에는 차세대 AI ‘블랙웰’(Blackwell)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해 6월 엔비디아의 시총은 3조달러를 넘어섰다.
2년 전 엔비디아의 분기(3~5월) 매출은 72억달러였지만 올해는 441억달러로 5배 넘게 급증했다. 매출 총이익률이 70%에 달했다.
반면 엔비디아가 급부상하는 동안 가장 먼저 시총 3조달러 시대를 열었던 애플은 AI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다. 2022년 1월 애플이 장중 시총 3조달러를 처음 넘어섰을 당시 엔비디아의 시총은 약 7500억원 수준이었다. 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시총 3조달러를 처음 돌파했던 2023년 6월 엔비디아의 시총은 1조달러였다. 그러나 현재 애플 시총은 3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4조달러에 이른 엔비디아보다 20%가량 작다.
엔비디아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애플은 AI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일각에선 애플이 다시 동력을 얻기 위해 AI 스타트업을 인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