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류학자가 20년간 사진으로 기록한 가나의 장례 문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위스 출신 인류학자 레굴라 추미는 가나의 장례 문화를 기록한 사진집 ‘Buried in Style’를 출간했다. 이는 2004년부터 2024년까지 가나 남동부 및 인접 지역에서 촬영된 장례 관습의 기록이다.
추미는 약 20년에 걸쳐 가나의 판테, 가, 에웨, 아샨티 지역을 방문해 장례 문화를 사진과 연구로 기록해왔다. 그는 전통 장례식, ‘춤추는 관무용단’, 안치 의식, 다양한 맞춤형 조형 관 등을 다뤘다.
“관은 예술”…찻주전자부터 고래상어까지
사진집에는 고인의 직업이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조형 관이 다수 수록돼 있다. 찻주전자, 사자, 고래상어, 파인애플, 게, 트럭, 축구화, 기차 등 관의 형태는 다양하다.
가나에서는 고인의 직업이나 별명, 삶과 관련된 독특한 모양의 관을 제작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가나 중부에서는 전통 어부이자 사제가 청색 찻주전자 모양 관에 안치됐다. 또 출산을 돕는 전문가인 산파는 분만 중인 여성 형상의 관에 묻히기도 했다. 평생 몰던 베드포드 트럭 모양 관에 잠든 운전사도 있다. 미국 이민을 꿈꿨던 축구선수는 성조기가 그려진 축구화 모양 관에 안장됐으며, 철도청 직원이 기차 객차 모양 관에 묻혔다.
최근 아크라 지역에서는 고위 전통 지도자를 모시기 위해 고래상어 모양 관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 꽃게라는 별명을 가진 건축업자를 위해 ‘게’ 모양 관을 만든 사례도 있다.
관 제작에는 5~10일이 걸리며, 대부분 작은 작업장에서 손으로 만든다. 관의 모양은 고인의 가족이 결정한다.
전통 군사 지도자 장례식…사자관 불에 타
지난해 11월, 그레이터 아크라 누응가 마을에서는 전통 군사 최고 지도자 니 아그베테코르(Nii Agbetekor)의 장례식이 열렸다. 2년에 걸쳐 준비된 이 장례식은 약 20년 만에 열린 대규모 행사였다.
그는 사자 모양 관에 안치됐으나, 행사 당일 관의 분홍 갈기 부분에 불이 붙는 사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리본으로 불탄 부분을 덮고 행렬을 계속했다.
관 주변에선 다섯 명의 군사 지도자가 거북이, 고추, 수탉, 민물고기, 야자수 형태의 가마(팔랑퀸)을 타고 동행했다.
안치 의식…“살아있는 사람처럼 만들어”
사진집에는 고인을 관에 안치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는 장례 전날 고인을 살아 있는 듯한 자세로 전시하는 의식이다. 시신의 눈을 뜨게 하고 뺨에 솜을 넣는다.
추미는 2017년 중부 지역에서 촬영한 여사제의 안치 의식을 가장 인상 깊은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의식에서는 사람들이 천장에 매달린 가마에 안치된 여사제의 시신을 조심스레 여러 번 움직여 다양한 자세와 복장을 연출했으며, 마지막에는 온몸을 하얀 반죽으로 덮어 생전 사제로 임명되던 모습을 재현했다.
가나의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과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화적 표현이 됐다. 살아있는 이들이 고인의 삶을 기억하기 위한 전통으로 남았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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