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추기경 중 추첨으로 뽑힌 인원들이 추기경 특별회의를 연다. 여기에서 애도 기간을 얼마나 가질 지를 정한다. 통상 4~6일 간 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관행이 유지되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도 7일장 안팎으로 치러지게 된다.
애도 기간에는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 교황의 시신이 일반에 공개된다. 추모객들이 교황의 시신을 직접 보고 추모할 수 있다.
본격적인 장례는 입관식부터 시작된다. 맨 처음 삼나무관에 교황의 시신을 뉘인다. 이 관 안에는 교황의 업적을 수록한 두루마리 등을 함께 넣는다. 교황 얼굴에 비단이 덮이면 입관 끝난다.입관 절차가 끝나면 십자가를 앞세운 교황의 유해가 성베드로성당 광장 제대 앞으로 운구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단이 뒤를 따른다. 장례미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들이 입당 성가를 부르면서 교황을 떠나보내는 장례미사가 시작된다.
삼나무관이 조문객 사이를 지나갈 때 조문객들은 박수를 치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다. 조문객을 지난 관은 대성당 앞 광장에 놓인다. 2005년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의 장례미사 때는 관이 바닥에 놓였다. ‘낮은 곳에 임한다’는 성경 구절에 따른 의식이다.
이후 장례미사는 일반 천주교 신자의 장례 미사와 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통상의 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독서(평신자가 성경을 읽는 것)-화답송(독서에 이어지는 미사 참여 신자들의 성경 낭독)-복음(집전 사제의 성경 낭독)이 이어지고,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는 교황의 업적과 가르침을 되세기는 강론을 한다. 이어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천주교 미사의 핵심인 ‘성찬 전례’도 통상의 미사와 같이 이어진다.성찬 전례가 끝나면 성가대가 교황을 향해 ‘성인 호칭 기도’를 부른다. 가톨릭 성인들에게 교황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탄원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추기경단과 성직자들이 교황의 관에 가까이 가 안식기도를 바친다. 마지막으로 대표 추기경이 교황의 관에 분향을 한다.분향이 끝나면 다시 운구가 시작된다. 성베드로 대성당의 종이 울리는 가운데 관이 대성당 안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장례미사에 참석한 가톨릭 신자들은 “산토 수비토(Santo subito)”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지금 바로 시성(諡聖·성인의 반열에 올림)을’ 이라는 의미다.
대성전 안으로 들어온 교황의 관은 지하 석굴경당으로 옮겨진다. 여기서 교황은 아연으로 만든 두 번째 관, 호두나무로 만든 세 번째 관에 한 번 더 입관된다. 요한바오로 2세 교황 때는 이 과정에서 그의 고향인 폴란드에서 공수한 흙을 덮었다. 마지막으로 납골묘에 교황의 시신이 안치되면 교황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된다.
다만 프란치스코 2세 교황은 생전 장례절차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같은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교황 장례 예식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세 개의 관에 차례로 입관하지 않고 목관에 한 번만 입관도록 하고, 장례 절차도 일반 신자들의 장례예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2세 교황은 또 교황들이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로마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산타 마리아 마조레)에 매장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해 왔다. 통상 교황들은 ‘제1대 교황’인 베드로 사도의 유해가 안치된 성베드로 대성당에 같이 매장되지만, 평소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수시로 이 성당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2세 교황이 자신의 장지로 이 곳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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