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파롤린 국무원장 유력후보로 거론… 보수 대표 에르되 추기경도 물망
아시아권 유흥식 추기경 후보군
건물 봉쇄후 투표, 선출땐 흰 연기
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최측근 국무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
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이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다.
●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등 물망 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이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드워 아피아 턱슨 추기경(76)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된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 3분의 2 이상 지지 얻어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직후 장례 준비에 착수했다. 장례 절차는 교황의 비서 격인 궁내원장이 교황의 상징물 중 하나인 ‘어부의 반지’를 파기함으로써 시작된다. 교황청에는 조기가 게양되고, 교황의 유해는 일정 기간 바티칸 내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에 공개된다.
9일간의 장례가 마무리된 뒤 열리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안에 열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추기경 252명 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135명이다. 한국인 추기경의 경우 염수정 추기경(82)은 투표권이 없고, 유흥식 추기경은 투표가 가능하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된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한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된다.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이 탄생하게 된다.
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한다.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난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친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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