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구석진 공간?…욕실은 추억이 깃든 소중한 치유의 장소”

4 weeks ago 11

'새턴바스 29초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장민석 감독의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한 장면. 29초영화제 제공

'새턴바스 29초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장민석 감독의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한 장면. 29초영화제 제공

1990년대 태어난 갓난아이가 대야에 담겨 있다. 아직 화장실과 욕실에 대한 개념적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을 때다. 이내 훌쩍 큰 아이는 욕실에 마련된 번듯한 욕조에서 아빠와 함께 목욕한다. 시간이 흐르며 아이가 성장한 것처럼, 가정생활에서 욕실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 것이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언제나 욕실에 몸을 담그며 온 가족이 사랑을 나눈다는 점이다.

장민석 감독이 ‘새턴바스 29초영화제’ 일반부에 출품한 ‘변하지 않는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지난 21일 김호정 한경TV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열린 유튜브 온라인 시상식에서 통합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 개인의 역사를 욕실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엮은 성장 서사가 자연스러웠고 ‘[ ]를 나누는 욕실 이야기’라는 영화제 첫 번째 주제와 부합하는 연출 의도가 돋보였다.

새턴바스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는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공모를 진행했다. 일반부 128편, 청소년부 20편, 홍보·메이킹필름 43편 등 총 191편이 출품됐다. 이 중 7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영화제는 온 가족이 공유하는 욕실이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통합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천예진 감독의 ‘김서린편지’는 주제 의식과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욕실에서 고된 하루를 씻어내고 가족의 진심을 알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인 임진순 영화작가는 “드라마 장르의 매우 영화적인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새턴바스 29초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순간을 나누는 욕실 이야기'의 한 장면. /29초영화제 제공

'새턴바스 29초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순간을 나누는 욕실 이야기'의 한 장면. /29초영화제 제공

영화 미학적으로 돋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박서연·이후연 감독의 ‘순간을 나누는 욕실 이야기’는 별다른 대사 없이 29초 동안 온 가족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욕실의 모습을 보여줬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조원희 부산국제영화제(BIFF)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은 “대사 없이 고정된 부감샷(피사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법)만으로도 욕실의 분위기와 공간감을 잘 전달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 감독들의 풋풋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청소년부 우수상을 받은 이예준·나기찬·정태겸 감독의 ‘욕실에서 피어난 추억’은 사춘기 청소년이 어린 시절 아빠와 목욕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가족의 사랑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는 작품이다.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김상오 영상물등급위원은 “그림일기를 활용한 점이 청소년부에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작들은 대상 500만 원 등 상금과 짐벌 등 부상을 받았다. 모든 수상작은 추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욕실 문화 홍보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는 “욕실이 단순히 작고 구석진 공간이 아닌, 추억과 회상의 장소로 재탄생하게 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