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시 파벌 정치…다카이치, '아소파' 중용

1 week ago 11

일본 다시 파벌 정치…다카이치, ‘아소파’ 중용

‘재창당’을 내걸었던 일본 집권 자민당이 총재 선거에서 선택한 지도자는 다카이치 사나에였다. 다카이치가 1차 투표에서 당원 표를 휩쓸자 아소 다로 전 총리가 ‘결선에서 다카이치를 지지하라’는 구령을 아소파에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다카이치는 고이즈미 신지로보다 열세로 여겨졌던 국회의원 표를 끌어모으며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것은 구태의연한 파벌 정치가 판치는 ‘변하지 않는 자민당’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 투표 직전 당내 유일하게 남은 파벌인 아소파 의원 43명에게 일제히 지시가 내려졌다. “결선 투표에서는 당원 표를 많이 얻은 쪽에 투표하라”는 지시였다.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의 뜻이었다. 아소는 투표 전날인 3일 파벌 의원들과 협의에서 다카이치 지지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4일 오전 당원 개표가 진행되며 각 도도부현에서 잇따라 ‘다카이치가 선두’라는 정보가 전해지자 “승산 있다”고 판단해 승부를 걸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측도 아소와 연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모테기는 1차 투표에서 최하위로 떨어졌지만, 밀월 관계인 ‘아소·모테기 연합’ 의원 표가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테기 진영에 명확한 지시는 없었지만, 다카이치가 결선에서 얻은 표를 보면 연대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고이즈미와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측에서도 “당원 투표 결과를 중시한다”는 이유로 다카이치 지지 호령이 내려졌다.

재무상을 오랜 기간 역임한 아소는 ‘재정 규율파’로 평가된다. ‘적극 재정파’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하는 다카이치와는 정책 신념이 다르다. 마이니치는 “아소와 다카이치 사이에 정치적으로 깊은 유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움직임은 신중하게 승패를 가늠한 ‘숫자 확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단순히 이기는 쪽에 편승하려 했을 뿐, 긍지도 신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냉담한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다시 파벌 정치…다카이치, ‘아소파’ 중용

다카이치는 선거에서 도움받은 대로 논공행상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그는 자민당 부총재에 아소를 기용할 방침을 굳혔다. 당 2인자인 간사장에는 아소파 소속인 스즈키 슌이치를 임명할 방침이다. 스즈키는 아소의 처남이기도 하다.

간사장과 함께 당 4역인 정무조사회장엔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떨어진 뒤 결선에서 다카이치를 밀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총무회장에는 아소파 소속의 아리무라 하로쿠, 선거대책위원장에는 다카이시 측근인 후루야 게이지를 각각 기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카이치는 이달 중순 총리 취임 후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에 기하라 미노루, 외무상에 모테기를 각각 기용할 방침도 굳혔다. 기하라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우익 성향 정치인으로, 옛 모테기파 소속이다. 모테기는 외무상 기용이 검토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