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시장의 불확실성은 확대됐지만, 국제 유가는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실제로 발효되는 과정에서 관세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3주간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기록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도 있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은 1.86% 상승한 배럴당 73.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4월 인도분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 대비 1.62% 오른 배럴당 75.87달러에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주 초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3주간 국제 유가는 글로벌 무역 긴장이 에너지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하락세를 기록했다.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다르게 움직였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이를 즉시 반영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대상으로 관세를 발표했다가 한 달간 관세를 유예한 것을 목격한 이후, 투자자들은 관세 조치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토니 사카모어 IG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향후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관세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관세 조치가 철회되거나 강화될 여지가 있어 투자자들은 매번 새로운 뉴스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 아닐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란과 러시아에 제재를 내린 것도 원유 시장의 공급을 위축시키고 있다. 또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더 저렴한 에너지원인 원유 수요가 늘어났고, 이것이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천연가스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천연가스를 원유 가격과 비교하기 위해 배럴 단위를 사용)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산업계 등에서는 원료를 천연가스에서 디젤 등 석유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상방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0~65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려는 의지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이는 결국 원유 시장의 약세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원유는 다음 달 정도에 횡보에서 하락으로 거래될 것”이라며 “원유에 대한 하방 압력이 1년 내내 커진다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