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리인상 시계 제로
美·이란 종전 합의 타결 직후
유가 4~5% 떨어져 80달러대
공급망 정상화 2027년께 전망
이란 해협 통제여부도 변수로
인플레발 긴축 도미노 불가피
16일 일본은행 금리인상 유력
이란 전쟁이 106일 만에 일단 막을 내렸지만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란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는 경기 위축 방어가 화두였지만 전쟁발 유가쇼크로 다시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영국, 일본, 호주, 스위스 등이 금리 결정회의를 열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선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갑작스럽게 금리 인상 우려로 바뀌면서 전 세계가 긴축 공포에 휩싸인 것이다.
14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60일 휴전 합의 소식에 4~5% 급락하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며 2022년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유가는 이후 전황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다가 이날 결국 80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특히 원유 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달 19일부터 풀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하지만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고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의 배럴당 60달러대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원유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데만 60∼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하루 약 2000만배럴에 달했다. 막혀 있던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만 해도 기뢰 제거 불확실성, 병목현상 해소, 선박 보험료 문제 등이 얽혀 단시간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파괴된 생산시설 복구는 기약이 없다. 솔 캐보닉 MST파이낸셜 에너지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은 천천히 부분적으로 개방될 것이고 석유시장은 2027년까지 공급 부족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란에 사실상 통제권을 넘겨준 만큼 호르무즈 해협은 언제든 이란에 의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이란은 자신들의 통제권을 기정사실화하며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관련법까지 통과시켰다.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장악해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역시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향후 유가 안정에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물가 상황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태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 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올렸다. 2년9개월 만으로 주요 7개국(G7) 중에선 처음으로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행(BOJ) 역시 16일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엔화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1%로 인상할 경우 31년 만에 1%대 금리를 기록하게 된다. 오는 18일 회의를 여는 영란은행(BOE)은 인플레이션에 더해 스태그플레이션 조짐까지 보이며 통화정책 딜레마가 커진 상황이다. 이번 회의에선 동결이 유력하다.
전쟁 당사자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들어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4.2%까지 올라섰다. 2023년 4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날 기준 갤런당 4.07달러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전쟁 이전보다 여전히 37%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쟁 전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연준의 통화정책도 급격히 방향을 틀며 연내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20%, 12월까지는 5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때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70%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종전 소식으로 상당 폭 떨어졌다.
17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CM)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3.5~3.7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케빈 워시 신임 의장이 주재하는 첫 회의로 향후 연준의 통화 경로를 가늠하는 점도표도 발표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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