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시장선 버텨야 생존…10년 공들이면 열려

1 day ago 2
인터뷰

인도시장선 버텨야 생존…10년 공들이면 열려

인도 비즈니스 전문가 신시열 씨엔에스네이처 대표
14억 인구, 단일시장 아냐
28개州 언어·씀씀이 제각각
韓제품 선호해도 가격엔 민감
K뷰티·의료 서비스 급부상
14년째 적자 아마존 법인도
투자 관점서 점유율 늘려와

사진설명

"인도 인구가 14억명이라는데, 각 집에 수세미 하나씩만 팔아도 대박 아닌가요."

인도 시장을 처음 검토하는 한국 기업인들이 농담처럼, 때로는 진심처럼 하는 말이다. 세계 최대 인구, 빠른 경제 성장, 커지는 중산층만 놓고 보면 어떤 제품이든 가져가면 팔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도 비즈니스 전문가인 신시열 씨엔에스네이처 대표는 "그런 단순한 계산으로 들어가면 대부분 실패한다"고 잘라 말했다.

신 대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CJ오쇼핑의 인도 홈쇼핑 합작법인 '숍CJ'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현지 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한·인도 산업포럼 상임위원과 인도포럼 운영위원장 등을 지내며 인도 비즈니스 경험을 공유해왔다.

◆ 14억명을 한 시장으로 보면 실패

신 대표가 인도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에 가장 먼저 조언하는 점은 "인도를 단일 시장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인도는 인구 14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이지만 28개 주마다 언어, 종교, 소득 수준, 소비 취향, 생활 방식이 크게 다르다. 델리와 뭄바이, 벵갈루루, 첸나이는 같은 나라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도 전체를 보고 '이 정도 인구면 뭐든 팔리겠다'고 접근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며 "어느 주, 어느 도시, 어떤 소득 계층, 어떤 유통 채널을 공략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분화·타기팅·포지셔닝, 즉 STP 전략이 인도에서는 한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규모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구매력과 가격 민감도다. 신 대표는 "인도 중산층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은 있지만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중국 제품과 가격을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 K뷰티 다음은 K의료

신 대표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화장품과 의료다. 과거 인도에서 한류는 북동부 일부 지역이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졌지만 이제는 주류 사회에서도 한국 콘텐츠와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에는 인도에서 한국 제품이라고 하면 삼성, LG,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제품을 먼저 떠올렸지만 이제는 한국 프리미엄이 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 의료 서비스로까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 대표는 미용의료 분야의 가능성을 크게 봤다. 최근 한국 피부과 클리닉을 찾는 인도 방문객이 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레이저 치료나 피부 관리 시술 정보를 찾아보고, 입국 후 피부과 방문을 일정에 넣기도 한다.

◆ "10년 보고 들어가야"

신 대표가 한국 기업에 가장 강조하는 말은 "길게 보라"는 것이다. 그는 아마존 인도 사례를 들었다. 2012년 설립된 아마존 인도는 아직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같은 성장 시장에서는 당장 이익이 나지 않아도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신 대표는 "국내 대기업도 인도에서 월별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는 데 10년 넘게 걸린 것으로 안다"며 "인도 사업은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 하면 안 된다. 길게 보고 천천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관리도 만만치 않다. 인도는 고용과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시장이지만 그만큼 이직도 잦다. 숙련된 직원을 키워놓으면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는 일이 흔하다.

그는 "1년이면 적게는 4명 중 1명, 많게는 3명 중 1명이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며 "채용, 교육, 인력 유지에 계속 비용이 들어간다. 사람을 쉽게 뽑을 수 있다는 것과 오래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도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웃 일본은 수십 년 전부터 인도 시장을 보고 장기 투자를 해왔다. 인도 최초로 추진 중인 고속철 사업에도 일본 자본과 기술이 깊이 침투해 있다. 신 대표는 "인도 전문가가 일본에 100명 있다면 한국은 1명 수준"이라며 "한국은 아직 인도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인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20년 전에는 중국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앞으로 10년, 20년은 인도를 이해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