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의 부부 경영이 막을 내렸다. 2014년 회사 설립과 2020년 코스닥 상장을 함께 한 창업자 부부가 지난해 혼인 관계를 마무리하며 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다. 최대주주이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강민준 전 대표의 지분 매각설이 불거진 가운데 2대 주주인 이수연 대표는 장내에서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최대주주인 강민준 전 대표가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해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강 전 대표가 보유한 회사 지분 30.00%(879만3509주)로, 현재 시가총액(1797억원) 기준 지분 가치는 약 233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붙인다면 3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SK커뮤니케이션즈 출신 강민준 대표가 2015년 론칭한 젝시믹스 브랜드를 승계해 2017년 설립됐다. 웹 디자이너였던 이수연 대표는 2016년 디자인 팀장으로 입사해 2017년 젝시믹스코리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8년엔 강 대표와 결혼한 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공동 대표에 선임됐다. 이때부터 강 대표는 마케팅·신사업 등을 담당하고, 이 대표는 젝시믹스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2020년 미디어커머스 그룹 최초로 코스닥 입성에도 성공했다. 온라인 직접 판매(D2C) 기반의 이커머스 회사로 젝시믹스 외에도 젤라또팩토리(네일), 휘아(위생용품), 마르시오디에고(남성의류) 등의 브랜드가 다수 있었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올해 3분기말 기준 젝시믹스의 전사 매출 비중은 91.72%로 일본법인(4.02%), 상해법인(2.01%), 타이완법인(3.19%)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젝시믹스 단일 체제다.
하지만 강 전 대표와 이 대표가 지난해 이혼하면서 6년여의 공동 경영은 일단락됐다. 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이 대표에게 지분 11.8%(345만6995주)를 무상 증여하면서 지분 정리에 나섰고, 올해 9월에는 공동 대표직에서도 물러나 이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불거진 것이 강 전 대표의 지분 매각설이다.
이 대표는 강 전 대표에게 증여받은 지분 외에도 장내 매집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이 대표 지분율은 14.64%(429만814주)다. 이 대표의 지난해 상반기 보유 지분은 2.63%에 그쳤으나, 이혼 과정에서 무상 증여받은 11.8% 외에도 약 3억원을 들여 지분 0.21%(6만4822주)를 추가 취득했다.
내년 1분기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이 대표가 대규모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이 올해 1월 발행한 1회차 전환사채(CB)는 내년 1월 31일부터 전환 청구가 시작된다. 전환가액은 6379원으로 전날 종가(6090원)를 웃돌지만, 최저 5104원까지 조정될 수 있다. 이 대표가 콜옵션을 전량 행사한다면 313만5287~391만8495주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자금 여력에 따라 강 전 대표를 넘어 최대주주에 올라설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실제 이 대표는 회사의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경영권을 포함해 회사를 지키고 목표대로 젝시믹스를 성장시킬 것”이라며 “주가 하락은 대주주의 매각 루머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매각 관련)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무것도 없어서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