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지 않은 상장 조건에
공모가 대비 주가 급락하는
부실종목 사흘에 하나씩 입성
코스닥시장의 고질적인 부진은 상장이 남발되고 그렇게 시장에 진입한 신규 상장기업들 주가가 저조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900을 넘어섰던 코스닥지수가 하반기 들어 700 선이 붕괴한 데는 대형 종목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 하락 영향이 작지 않았다.
2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12월 2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종목 수는 108개에 이른다. 주말·공휴일 등 영업일을 고려하면 사흘에 한 종목씩 새로 입성한 셈이다.
문제는 이들 종목이 상장한 뒤 공모가 대비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며 코스닥지수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종목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08개 종목 중 71개가 공모가 대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0일 종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지수는 기준 시가총액 대비 현재 시가총액의 비율로 계산한다. 따라서 신규 종목이 입성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기준 시가총액은 크게 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조금밖에 늘어나지 않아 지수가 하락한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떨어진 71개 종목의 평균 하락률은 32.80%로 주가가 상승한 35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인 19.63%에 비해 높았다.
가장 하락률이 높았던 종목은 모터·제어기 등을 생산하는 삼현으로, 공모가 3만원 대비 무려 79.80% 급락한 6060원까지 주가가 떨어졌다. 이외에도 이에이트(-70.75%) 제이엠앤에스(-70.41%) 케이쓰리아이(-68.6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식으로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반토막 난 종목은 전체의 5분의 1 수준인 23개에 달했다. 반면에 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은 우진엔텍(164.34%) 현대힘스(84.38%) 온코닉테라퓨틱스(64.62%) 등이었다. 이들 종목은 주로 조선·원자력 등 올해 초부터 이어진 테마주 급등의 영향으로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성장성이 의심되는 회사가 대거 코스닥시장에 진입하고 주가가 떨어짐으로써 전체 지수에 악영향을 준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년 중 상장폐지는 물론 신규 상장과 관련한 절차를 개선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