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량기업 '품절株' 만드는데 … 韓 무더기 상장에 주가 허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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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인식은 오해로 밝혀졌으며, 순이익은 미국 기업 못지않게 증가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로 코스피 시장의 질적 저하가 발생했고, 이는 코스피 지수의 만성적 저평가로 이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 조달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과 미국 증시의 격차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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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021년 동학개미 몰려들자
신규상장·유상증자 물량 급증
코스피, 반·차 순이익 늘었지만
10년간 상승률, S&P500 8분의1
美기업 자사주 적극 매입·소각
주식수 큰 변동없어 밸류업가능

사진설명

국내 상장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떨어져 미국 증시에 비해 코스피 지수가 부진한 것으로 인식됐던 것이 오해로 판명됐다. 상장 기업들이 달성한 순이익은 미국 기업들 못지 않았지만 무분별한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로 코스피 시장의 질적 저하가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의 3분기 누적 지배주주 순이익은 반도체·자동차 회사들의 이익 증가에 힘입어 2014년 64조8000억원에서 2024년 141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 S&P500 기업의 연간 순이익은 2014년 9548억달러에서 2024년 1조9972억달러(추정치)로 증가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와 S&P500 지수 상승률은 각각 24.6%와 196%로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한국은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로 전체 시가총액만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우량기업을 '품절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1년부터 대규모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가 몰리며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주식 공급 부담이 코스피의 만성적인 저평가로 나타났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동학개미들이 이끄는 주식 랠리로 코스피가 3000을 넘는 강세장이 시작되자 기업들의 코스피 입성과 유상증자가 줄을 이었다.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자금 이상의 주식이 들어오면서 결국 다른 종목들 가격까지 낮췄다.

2021년엔 카카오페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하고 2022년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코스피200 편입에 대비하기 위해 연기금 패시브 자금이 상장 후 일주일 동안 3조7000억원을 사들였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LG화학, 삼성SDI를 대거 매도하기도 했다.

2014년 3조4770억원에 불과했던 코스피 IPO는 2021년엔 15조9713억원, 2022년엔 13조145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여기에 유상증자까지 합하면 코스피에서 2021년엔 28조원, 2022년엔 19조원이란 역대급 물량이 코스피에 쏟아졌다. 이 기간 반도체 업황까지 꺾이면서 코스피 지수는 3000에서 2300까지 주저앉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년 만에 이익이 2배가 됐다는 것은 연율로 따지면 7% 정도로 물가를 감안한 실질성장률이 그리 높지는 않은 셈인데, 여기에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가 계속 나오면서 지수를 낮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증시에서 자금 조달도 중요하지만 결국 조달된 자금이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였느냐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증시는 활발한 IPO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과 나스닥의 엄격한 상장유지 조건 때문에 오히려 주식 수가 10년 전과 크게 변함이 없는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 상장주식 수가 연평균 3.6% 증가할 때 미국 주식시장 주식 수는 거의 그대로였다. S&P500 기업은 연평균 발행주식의 1% 정도를 소각하는데, 이는 총순이익보다 주당순이익을 더 빨리 증가시켜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면 한국은 상장하자마자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모럴해저드'도 IPO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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