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감독원장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이찬진 변호사(61·사진)가 ‘깜짝 발탁’됐다.
이 내정자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비금융전문가라는 것에 대해 외부에서 여러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저는 호가호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며 "업계 의견을 열심히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조직개편 여부를 두고 뒤숭숭한 내부 구성원들에 대해선 "어느 것이 중요한 현안이지 저 나름대로 생각은 있지만 내부 구성원들하고도 코드를 조율해봐야 한다"며 "내부와 소통하고 경청해야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이 변호사를 신임 금감원장으로 임명 제청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지난 6월 이복현 금감원장이 퇴임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금감원장은 인사청문회 절차 없이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이 내정자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 신뢰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감원의 당면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내정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법조계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인 그는 이 대통령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기여했다. 올초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 변호인으로 선임돼 원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다.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변호도 맡아왔다.
이 내정자는 주로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진보 성향 변호사단체인 민변 부회장과 공익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사회복지 분야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았다.
금융 관련 경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자본시장 회계 관련 소송 등을 수행한 정도다. 금융권에선 이 대통령이 금융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 신뢰하는 측근을 금감원 수장으로 앉혀 본인 색깔에 맞는 금융 감독 정책에 더욱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금융업 이해도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취임 초기 평판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