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료인 우라늄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우라늄과 그 농축된 에너지는 원자로 연료에 필수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년간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회의론이 있었으나 AI붐이 원자력에너지를 소환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 시설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데다 AI붐을 뒷받침할 대규모의 전력 공급원으로는 원자력 에너지가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세계원자력협회(WNA) 는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라늄 수요는 2030년까지 약 3분의 1가량 증가한 86,0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0년까지는 15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
그러나 기존 광산의 우라늄 생산량은 2030년에서 2040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원자로에 필요한 우라늄 수요와 생산량 사이에 ”상당한 격차(공급부족)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및 상업 자문 회사인 ‘올드 이코노미’의 설립자인 마헤쉬 고엔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이 발전 용량을 폐쇄하려던 것에서 이제는 원자로 수명을 2050년 이후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에서 실제로 대규모 원자로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하면 우라늄 수요가 현재 시나리오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라늄 시장에서는 주요 공급원이 지정학적 긴장에 크게 노출돼 있다. 올드 이코노미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이고 전 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세계 우라늄 농축 용량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 회사인 우렌코의 CEO 보리스 슈흐트는 지난주 WNA 심포지엄에서 “수십년만에 처음 업계에 모멘텀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70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약 11.4조원~16.3조원) 규모의 시장이 연간 1~2% 성장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은 작고 성장하는 시장이며 시장 규모도 제한적인 반면, 기술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시장이 복잡하다”고 언급했다.
슈흐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에 기존 러시아 계약을 모두 종료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 현재는 미국 뉴멕시코주 유니스와 네덜란드, 독일, 영국에 있는 4개 시설에서 저농축 우라늄(LEU) 생산 용량을 180만 SWU(분리작업단위)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는 ″미국을 시작으로 신규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후 네덜란드와 독일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고객, 특히 미국 고객들이 장기 계약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도 미국 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준비중이다.
우라늄 에너지 코퍼레이션은 지난 주 미국내 미국 내 새로운 우라늄 정련 및 변환 시설 개발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7월에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을 사용해 우라늄을 탐사하는 미국 기업인 이글 에너지 메탈스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우라늄 기업인 오라노는 ‘우라늄 고갈’이후를 대비해 생산 용량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올드 이코노미는 2030년대 후반부터 우라늄 고갈로 기존 원자력 프로젝트와 공급이 눈에 띄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탐사와 자원 기반에 대한 심층적 이해, 인허가 절차 개선 작업을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2007년에 우라늄 선물 계약을 도입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우라늄의 상품으로서 가격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고도화된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고엔카는 지적했다.
작년에 트릴테크라는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여 토큰화된 우라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우라늄닷아이오라는 플랫폼도 출시했다. 이 플랫폼의 애플리케이션 책임자인 벤 엘비지는 ”플랫폼의 목표는 전통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비지는 “작년에도 이미 전력 공급용 우라늄이 부족했다”며 “이같은 부족으로 인해 다른 원자재 투자와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투자”라고 밝혔다.
우렌코의 슈흐트는 새로운 동향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개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시장은 핵 시장으로 유지되어야 하며, 핵 안전, 설계 및 계획과 관련된 프로세스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급격하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술 시장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SMR과 고급모듈형원자로(AMR) 시장이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