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라운지]
영업경쟁 심해지며 영입전쟁
비용 늘수록 소비자 부담커져
갈아타기 불완전판매 우려도
국내 보험 시장에서 텔레마케터(TMR)를 대상으로 고액 연봉을 내건 스카우트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각 금융권에서 비대면 판매가 활성화됐지만 계약 내용이 복잡한 보험은 여전히 설계사와 텔레마케터에 의한 계약 체결이 많다.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 과열로 기존 고객 계약 방치와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A생명보험사는 한 텔레마케팅 설계사 센터장에게 시책(판매수수료 외의 추가 인센티브)으로 일시금 1억원, 2년간 월급 4000만원을 포함한 총 10억원의 급여를 약속했다. 해당 센터장을 따라 설계사 200여명이 동시에 A생보사로 이적했다.
또 다른 외국계 생보사 B사의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인 C사는 텔레마케팅 센터장 5명을 영입하면서 2년간 매월 2000만원, 총 급여 4억8000만원을 각각 보장했다. 해당 센터장을 따라 수십명이 새 GA로 소속을 옮겼다. 이밖에 외국계 손해보험사 C사가 단장과, 본부장, 센터장에게 각각 3억~4억원의 급여를 제시하는 등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텔레마케터 영입이 활발하다.
보험업계에서는 텔레마케터 영입전이 활발해짐에 따라 보험료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 텔레마케터는 영업관리자가 다른 회사로 이동할 때 소속 TMR까지 함께 이적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보험사도 한 번에 대규모 지출을 하게 된다. TMR의 스카우트 비용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TMR이 스카우트 비용으로 일시금 1억원을 지급받거나 평균 소득의 600% 시책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직전 3개월 평균 소득이 1000만원이었던 텔레마케터라면 이적과 동시에 6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텔레마케터가 대규모로 이동하면 고객 계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설계사가 떠난 뒤 고객 계약이 방치되면 소비자는 사고가 발생해도 제때 보험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설계사가 기존에 관리하던 고객에게 새로운 회사의 보험에 가입시키는 ‘승환계약’에서 상품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며 불완전판매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보험 텔레마케터 영입을 위한 ‘쩐의 전쟁’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설계사에게 보험 계약 첫해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를 월 납입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1200%룰은 아직 GA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은데, 일부 보험사가 이를 파고들어 GA 소속 텔레마케터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제안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GA에도 1200%룰을 확대하기로 발표하면서 제도 시행 전에 고액 스카우트 전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철새 설계사가 양산되면 그 피해를 떠안는 건 고객”이라며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