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 참아, 집 보려면 돈 내라"…'임장크루'에 결국 폭발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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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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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는 행위인 임장 활동에 비용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임장크루'(여러 명의 실수요자가 집을 보러 가기 위해 꾸린 팀)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피로도가 커진 영향입니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김종호 한국공인중개협회장은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임장 기본 보수제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협회는 소비자에게 임장비를 사전에 받은 후 실제로 계약이 맺어지면 그만큼의 비용을 중개 수수료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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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협회장은 "공인중개사는 단순하게 매물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 재산을 다루는 전문 자격사"라면서 "임장 과정에서의 노력과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실수요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커질 수 밖엔 없습니다. 현재는 계약이 맺어지지 않으면 중개보수가 발생하지 않지만, 앞으론 매물을 보기만 해도 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실수요자들은 알겠지만 같은 단지 내에 있는 같은 면적대 집이라도 집 상태가 모두 다릅니다. 때문에 여러 집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임장 비용이 쌓이면 자연스레 선택지가 줄어들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가능성도 덩달아 줄어듭니다.

이런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실수요자들의 반발은 거셉니다.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집을 구한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이런 방안에 대해 "이번에 집을 구할 때만 해도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몇 곳이나 옮겨 다녔는지 모르겠다"며 "중개업소에 들어가면 심드렁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중개사들도 많았고 원하는 가격, 면적대 등을 구체적으로 말해도 자꾸 다른 전·월세 물건만 보여주는 등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임장크루를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30대 직장인 최모씨 역시 비슷한 입장입니다. 최씨는 "임장크루가 왜 생겼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혼자 공인중개업소에 들어가면 사회 초년생이라고 무시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임장크루로 여럿이 다니면 중개업소에서도 대응을 잘 해주고 꼼꼼하게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공인중개사협회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장 행위는 집을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행위지만 일부 '임장크루'의 경우 집을 보러 다니는 척하면서 다른 공인중개업소에 등록된 매물을 오히려 가져오기도 하고, 부동산 컨설팅 회사가 임장크루를 가장해 온종일 중개사를 붙잡아둬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강동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임장크루로 추정되는 팀이 한 번 왔다 가면 기존에 계약하려고 했던 실수요자들과는 연락도 쉽지 않고 하루를 날리는 느낌이었다"며 "하도 많이 다녀가다 보니 이제는 딱 봐도 진짜 집을 보러왔는지, 단순하게 임장만 왔는지가 보이더라"고 전했다.

이 협회 박은성 부동산정책연구원 제도개선과장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 다니는 실수요자도 있지만 임장크루를 가장해 중개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어 이런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며 "중개사들의 피해도 생각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과정입니다. 다만 이런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공인중개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가 하는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국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기업에 버금하는 페이퍼워크(서류작업)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중개를 더 할까'를 궁리하다 보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개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이런 서비스에 실수요자들이 만족한다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겠느냐"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정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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