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날 오후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서 ‘대한민국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보수 논객’ 정규재 씨와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잇따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 색채가 강한 인사와 대담을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친야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이동형 TV’ ‘새날’ ‘매불쇼’ 등에 나왔다.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던 이 대표가 정 씨와의 대담을 통해 진영을 넘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담은 이 대표가 “(정 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말하며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인 출신인 정 씨는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정규재TV’를 운영 중이다. 2017년 1월 탄핵심판을 받던 박 전 대통령이 해당 채널에 출연한 바 있다. 정 씨는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원색적인 비판을 했었다. 이 대표는 “(정 씨는) 아픈 소리를 많이 하셨던 분이지만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규정을 좀 달리해야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담은 ‘민주당의 줄탄핵 등 책임론’ ‘여야 협치’ ‘민주당 내 계파 갈등’ 등 주제로 이어졌다. 정 씨는 윤 대통령이 선동적 발언과 보수 집회 격려 등으로 내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은 대체 뭐하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에 “민주당의 역할이 부족하다. 저도 답답하다”며 “저나 민주당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아질 것 같느냐”고 되레 되물었다. 이에 정 씨는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이 점령군, 승리자처럼 보인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들어 29번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 ‘줄탄핵이 내란 아니냐’고 따져물은 데 대해 이 대표는 “좀 많은 건 사실인데 우리가 좋다고 했겠느냐. 비판이 있을 걸 우리도 안다”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문제로 수만 명이 피해봤는 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방치해야 하나?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후) 헌재 재판관이 6명밖에 없어 심리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방치하냐”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검사 등의 탄핵이 정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정 씨가 ‘정치권 갈등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냐’고 묻자 이 대표는 “이렇게 가서는 끝이 없다”며 “융통성도 있어야 하고 타협, 양보도 있어야 한다”며 “민주당을 ‘일극체제 아니냐’ ‘당이 아니라 조직 같다’고 말하는 데 공격이 너무 거세서 결집한 측면이 있다. 우리도 저항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걸 풀어야 한다. 벌어지면 끝이 없다. 정치 보복도 비슷하다. 보복이 끝없이 확장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분열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체포동의안’ 발언을 놓고 비명(비이재명)계의 반발이 이어진 데 대해 “저의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금은 심각한 의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달 초 한 유튜브 방송에서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결을 했던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검찰과 당내 일부가 짜고 한 짓”이라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내 계파 갈등에 대해 “어느 집단이든 주류가 있다”며 “저는 계파를 안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개헌’을 진작 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촛불혁명 이후 대혼란이 있을 때 개헌도 해야 했고 세력 재편도 해서 합리적 보수·진보 진영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이번에는 그 기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일제히 ‘임기단축 개헌’을 꺼내들었으나 이 대표는 그동안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어왔다. 이 대표가 이후 개헌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힐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르면 내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정치 원로들은 10일 국회에 탄핵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여야가 승복을 약속해 탄핵 선고 이후 국론 분열로 인한 혼란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승복하겠냐는 물음에 “당연히 해야 한다”며 “민주 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 했다. 다만 “문제는 지금 상태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왜 빨리 결정하지 않느냐고”라며 헌재의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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